시니어들의 재활용품 판매사업 ‘황금천사’ 박길자 단장

햇빛 쨍쨍한 한낮, 매미 울음소리 청량한 근화동 대로변의 한 가게.

‘황금천사’라는 커다란 간판이 달린 가게 앞에는 신발 등 여러 물건들이 펼쳐져 있고, 유리창 너머 매장에도 옷가지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

궁금증이 일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천사처럼 고운 얼굴의 그녀가 수줍어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황금천사 근화점’의 박길자(77) 단장이다.

‘황금천사’는 시니어클럽이 만든 창업형 사업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모여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가져와 싼 가격에 손님들에게 파는 가게다. ‘황금천사’ 구성원들은 밥솥, 그릇, 장난감, 옷 등 여러 물건을 가지고 온다. 물론 일반 시민들도 물건을 기증할 수 있다. 그 수익금은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을 위해 쓰인다.

박 단장은 “‘황금천사’는 오리가 황금알을 낳듯 무에서 유를 만든다”고 말했다. 가게 주위를 둘러봤다. 일하는 동료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를 들으니 단지 물건을 팔고 수익을 얻는 것보다 값진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내가 젊을 때는 먹고 살기도 바빴어요. 그때는 단지 시집을 가서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나이가 들고, 자식을 다 키우고 나니 삶도 여유로워졌어요. 내 여유를 봉사로 채워서 조금이나마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시니어클럽에 가입했답니다.”

지금은 단장으로서 구성원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단장의 역할이 아니다. 가끔 어르신 중에는 물건을 적게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모든 사람이 매번 좋은 물건을 똑같이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미안해하며 풀죽은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도 박 단장의 역할이다.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해요.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다보면 시간도 금방 가죠. 돈 벌어 손주에게 과자 하나라도 더 사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누가 노년을 ‘황혼’이라고 했나? 어느 노래 가사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김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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