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시대다. 유명세를 타는 영화를 보지 못하면 대화를 잇기 어려울 만큼 영화는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문화다. 영화를 자주 보기 어려운 나로서는 숱한 화제를 뿌린 영화들을 뒤늦게 인터넷 구매를 통해 마치 의무감처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7 춘천연극제 경연작 ‘뱃놀이 가잔다’. 사진제공=춘천연극제 

나는 영화에 비해 연극 보는 것을 즐긴다. 어쩌면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대학로에 자주 출입했고, 춘천의 극단이 하는 공연에는 잘 빠지지 않는 축이었다. 그걸 보는 게 직업일 때도 있어서 구성원들과의 교분도 제법 있는 편이었다.

춘천은 1980~90년대가 연극의 전성기였다. 1980년대는 서울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들의 춘천공연이 잦았고, 전국연극제에서 ‘예맥’, ‘굴레’ 등 춘천의 극단들이 잇따라 수상하기도 했다. 극단들도 꽤 여러 개가 존재하며 화제의 연극들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부흥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1990년 전국연극제가 춘천시립문화관에서 열렸고, 1993년에는 춘천국제연극제가 처음 열려 세계 각국에서 춘천을 찾았다. 문화를 매개로 한 국제행사가 드문 때여서 매일 매일 축제의 이모저모가 보도되었다.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0일까지 춘천에서는 ‘2007 춘천연극제’가 열렸다. 국제 규모의 아마추어 연극제로 시작된 이 축제는 그동안 여러 번 운영방식을 바꾸다가 최근 국내 극단의 경연마당이 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축제는 조용하다. 연극제에 대한 언론보도도 적고 일반인들이 즐길 만한 부대행사도 많지 않다. 연극을 몇 편 보려고 정보를 찾아도 잘 알 수가 없다. 극단 이름도 모르겠고 공연내용도 홍보물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지역 연극을 간간이 보는 편이지만 예전만큼 연극에 관심을 갖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어디 내 탓뿐이겠는가?

연극은 예전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연극을 하려는 사람도 점점 적어서 지역극단들은 존립에 큰 위협을 겪고 있다. 극단이 작품을 하나 하려면 여기저기서 배우들을 끌어와야 만 가능하다. 청년들은 연극이 배고프다는 것을 일찍 알아채서 그 판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고령화 되어가는 지역의 극단들이 하나 둘, 존재감을 잃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풍성한 차림표가 있지만 제대로 정보가 없는 나는 개인 일정에 맞춰 연극을 보았을 뿐이다,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된 연극을 본 날, 100석이 채 안 되는 극장에는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조명이 꺼지고 극이 시작되었다. 이 극장은 분위기는 좋지만 객석이 워낙 작아 공연단체의 수지가 안 맞는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날 공연은 걸쭉한 사투리, 진짜 무녀를 무색케 하는 연기, 사이사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장치로 몰입이 어렵지 않았다. 중간 박수도 이어졌다. 반전에 반전을 이으며 90분간 극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배우가 시키는 대로 어깨에 붙은 귀신을 내던지는가 하면 굿마당에서 저승길 노잣돈도 보태주며 어울렸다. 연극은 이런 맛에 본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다. 배우와 내가 한 공간에서 숨 쉬고 감정을 느끼는 맛, 그건 영화의 몰입과는 전혀 다른 공감이다. 환상을 보는 게 아니라 내 눈앞의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춘천시민들이 가끔은 이런 연극을 통해 마음을 씻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춘천에도 극단 몇 개는 제대로 굴러가서 문화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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