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비오리’는 러시아 중국을 오고가는 철새다. 그 철새가 어느덧 텃새로 남아 동강에 자리 잡았다. 머리댕기가 이쁘고, 부리가 붉은 ‘호사비오리’. 그 호사비오리는 유난히 아름다운 동강의 저 까마득한 절벽에 둥지를 트네. 하고 많은 안전한 곳도 많으련만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그 절벽인 ‘뼝대’에 둥지를 틀고 사랑을 하고 알을 깨고 그 새끼들이 마침내 강으로 내려와야 하는 시점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어미는 강으로 먼저 내려와 있고, 새끼들은 날개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까마득한 ‘뼝대’에서 구르고 굴러, 통통 튀다시피 굴러 바닥에 닿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랍고 기막힌 일인가.

사람들아, 이 생물의 고귀한 한 생의 시작을 신승근 시인은 잘 관찰하고, 다시 인간들의 삶을 통찰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신승근 시인은 정선에서 나와 호사비오리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다 다시 정선으로, 그 동강의 젖줄인 조양강으로 들어갔다.

이 ‘호사비오리’ 앞에서, 풀 한 포기 앞에서, 나무 한 그루 앞에서, 제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성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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