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동 즐거운 낙지집 樂地



예쁜 간판과 넓은 주차장에 꽉 찬 차들만 믿고 들어갔다 후회하고 돌아 나오기를 두 차례, 한 끼 식사 맛있게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잊고 있었던 동네 맛집이 번개처럼 스치듯 떠올랐다.

시간은 11:35.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어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갑만 챙겨들고 종종걸음으로 찾았다.

樂地. 즐거운 곳. 식당 창문 밖으로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아닐까? 땀을 식히며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하지만 쉽사리 마음을 정할 수 없다. 토핑 재료에 따른 갈비비빔밥, 돈까스비빔밥, 불고기비빔밥, 치즈참치비빔밥, 계란비빔밥, (날치)알비빔밥, 카레비빔밥에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낙지볶음이 함께 어우러져 올라오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모든 음식 맛이 사장님의 손끝에서 나오지만 돈가스 비빔밥의 돈가스 소스는 시판용으로,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좀 아쉬움이 남을 듯하다. 매일 아침 받아서 쓰는 신선한 조개를 즉석에서 끊여먹는 시원한 조개탕은 비빔밥의 매운맛에 잔뜩 긴장해 있는 입안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달 치 냉동 낙지를 주문·보관하는 창고에서 그날그날 사용할 만큼의 양만 해동해서 사용한다는데, 냉동 해산물의 맛과 식감을 좌우하는 건 해동인지라 19년이란 세월 동안 낙지전문점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고스란히 음식에 묻어져 나옴을 알 수 있다.

재료비에 신경 쓰다보면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윤이 덜 남더라도 마음에 드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어 늘 요리책을 쌓아두고 볼 정도로 낙지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장님의 마음.

그 흔한 커피 자판기 하나 놓지 않은 것도 손님들에게 맛없는 커피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낙지 전문점들이 주 메뉴 외에 피자나 청국장을 덤으로 제공하는 것이 대세인데, 이 또한 다른 음식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오로지 낙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니 오늘의 낙지비빔밥이 10년 넘게 먹어왔던 그 어느 날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樂地
우두동 1061-10 257-0087

김남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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