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아래 앉아 늙고 싶은 오후’는 어떤 오후일까? 나는 젊은 시인의 첫 시집에서 왜 하필 이 시가 맘에 든 걸까? 내게도 미루나무 아래 앉아 늙고 싶은 오후가 있었던 걸까?

‘혼자 있길 좋아했던’ 어린애가 자라서 시인이 됐고 시인은 여전히 혼자 있길 좋아한다. 하지만 현실은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시인은 시인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가장이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시인을 개인적으로 안다는 게 이럴 땐 독자로서 불행하다.

시의 행간에서 시인의 비애를 읽어야 하는 이 시절도 지나가리라. 그리하여 그리워지리라. ‘지나간 것은 모두 좋았던’ 미루나무 그늘에 누워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이나 구경했으면 좋겠다. 폭염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미루나무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많던 미루나무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정현우(시인)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