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의 직접투자에 목매던 강원도 ‘허탈’…착공 또 다시 ‘안개 속’
엉뚱한 보도자료로 도민기만…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 가능할까?

멀린이 지난 3일 밤 11시(한국시간) 이사회를 개최해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대한 직접투자를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져 착공지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던 레고랜드 사업 착공이 또 다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2017년 7월 구글어스를 통해 본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에는 아무런 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지난 4월 14일 대림과 계약을 통해 4월 말 착공예정이라고 했으나 착공되지 않았으며, 공사비 마련이 안 되자 멀린의 공사비 직접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4월 14일 대림의 책임준공을 전제로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계약을 체결했지만 전혀 진척이 되지 않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레고랜드 사업이 과연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테마파크 공사에 필요한 2천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어니스티스를 전략적 투자사로 선정해 대림과의 공사계약에 지급보증을 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4월 14일 계약을 통해 도와 엘엘개발은 “대림이 1천500억원에 이르는 테마파크 공사를 외상으로 착공하고, 6개월 이후부터 2개월마다 공사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착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림은 계약 후 지금까지 공사를 착공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대림과의 계약방식이 코스트 앤피 방식(공사비 외에 수익을 따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공사비가 1천500억원이 아니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림이 공사를 착공하지 않으면서 도가 멀린에 직접투자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은 멀린의 얼굴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발표된 내용들이 한 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도와 엘엘개발의 발표는 갈수록 신뢰를 잃는 모양새다.

우여곡절 끝에 도는 멀린에 테마파크 공사비를 직접 투자할 것을 제시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멀린의 직접투자 청신호’라는 도의 입장이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난 3일 도내 유력 일간지인 K일보는 멀린의 직접투자를 낙관적으로 전망했지만, 멀린은 3일 밤 11시(한국시간)에 이사회를 개최하고 직접투자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멀린의 직접투자안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4일 오전 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멀린이 1천650억원의 직접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도가 발표한 멀린의 직접투자 1천650억원은 2013년 협약체결 시 약속한 1천100억원과 지난해 발표된 레고랜드 부지 내 호텔건립 예산 550억원으로, 이번 멀린의 이사회에 상정된 1천500억원의 테마파크 공사비 직접투자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내용이다. 도의 발표대로 1천650억원이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그동안 도는 결정도 안 된 내용을 먼저 발표했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혹세무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레고랜드 정상추진을 위해 투명한 행정처리와 사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해온 도의회 김성근 부의장은 오히려 잘됐다는 입장이다. 김 부의장은 “강원도가 자격이 안 되는 전략적 투자사를 통해 멀린에 너무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사가 있는데도 전략적 투자사를 고집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본에 여유가 있는 P·A·G라는 굴지의 투자사가 레고랜드 전체 개발에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 업체가 참여하면 자금문제는 모두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레고랜드 사업을 둘러싼 도의 행보를 바라보는 도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는 핵심이 빠진 내용을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일부 언론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의회에서 회기 때마다 제기된 투명한 사업집행이 말잔치에 지나지 않아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중도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생기면서 레고랜드 문제는 이래저래 어수선하기만 하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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