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향기’. 사단법인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두 달에 한 번, 지역의 미술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이름이다.

문화커뮤니티 ‘금토’에서 지역 미술가들과 격월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인 ‘저녁의 향기’. 지난 1일에는 김남주 도예작가와 함께 했다.

지난 1일 저녁 6시 30분 요선동 골목에 있는 커뮤니티 갤러리 ‘금토’에서 도예가 김남주 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저녁의 향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간단한 다과와 와인이 준비되자 알음알음 20여명의 손님이 찾아들었다. 아직 유명세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부지런히 만들어가는 작가가 작업과정을 들려주고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시회가 열리면 작가와의 안면으로, 또는 각종 미디어 홍보에 힘입어 전시장을 찾지만 막상 작품 감상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오픈 세레모니에 얼굴을 내밀어 작가 또는 그 주변인들과의 안면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거나, 호기심으로 전시장에 왔지만 한두 바퀴 휘 둘러보고는 팸플릿 한 장 챙겨 돌아오게 된다. 마음에 다가오는 작품이 있거나, 뭘 의미하는지 영 알 수 없는 작품을 만나도 입을 다문다. 작가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다.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콤플렉스가 마음 가득하기 때문에 잘못 입을 뗐다가는 무식이 드러날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미술품 관람 문화를 바꿔보기 위한 작은 시도가 ‘저녁의 향기’를 테마로 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다. 두 달에 한 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호스트가 되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를 펴고 있다. 자신의 주요 작품을 보여주고 그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 미술가로서 살아가는 속사정…. 서로 얼굴을 마주한 작은 공간에서 미술에 대한 궁금함을 가진 참여자들과 작가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와인 한 잔과 함께 깊어지곤 한다. 20여명이 자리하면 꽉 차는 공간이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향기가 진해지고 있다.

지난 1일에 열린 행사는 ‘금토’가 기획한 김남주 작가의 생활도자기전(8월 1~19일)의 오픈 행사를 겸해서 열렸는데 기타리스트 신시현 씨가 전시를 축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인 연주를 해주어 더욱 풍성한 자리가 되었다.
춘천에는 많은 미술가들이 살고 있다. 1년에 몇 번씩, 개인전 또는 그룹전을 열면서 활동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곤고하다. 대부분 화려한 브랜드를 갖지 못해 미술시장 진출이 쉽지 않고 지역 전시만으로는 출구를 찾기 어렵다. 눈여겨보면 의미 있고, 때로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전시회를 열어 관람객과 만나는 것이 전부다. 전시가 열리면 작가들은 전시장에서 내 작품을 감상해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 시간은 참 힘겨운 시간이라고 작가들은 종종 토로한다.
춘천에도 전시장이 적지 않다. 춘천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개의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고, 최근 문을 연 이상원미술관, 권진규미술관도 지역문화의 위상을 한층 올릴 만한 전시공간이다. 또 지난 4월에는 강원민미협이 춘천명동에 전시 및 레지던스, 체험 공간인 ‘명동집’을 개관했고, 춘천민미협에서는 소양로의 구도심에서 한옥을 활용한 ‘문화공간100’을 운영하며 전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은 늘어나고 있지만 작가들의 환경은 그리 나아지지 않아 보인다. 지역예술가들과 소통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자주 전시장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나 작품 관리자에게 관심의 표현을 해주면 작가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 관심이 작품 구매까지 이어지면 금상첨화겠다.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 작가를 먼저 아끼고 지지하며 문화를 즐기는 행동, 그것이 생활문화고 문화시민이다.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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