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동 신성미소지움아파트 김동수 경비반장

무더운 여름,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어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충이 크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이웃사촌’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을 만나봤다.

한창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점심 무렵, 근화동 신성미소지움 아파트의 한 경비실. 최근에 설치된 에어컨 덕에 좀 시원하게 근무할 수 있어 좋다는 김동수 경비반장.

처음에는 신문에 나올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며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그의 전직은 공무원이다. 퇴직 후 낚시터 운영도 해보고 경매 자격증을 따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60대에 접어들어 경비 일을 시작했다. 올해가 9년째라고 한다.

나이나 자존심을 가지고 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그는 “아파트는 내 집이고, 입주민들은 가족이며, 지나가는 아이들도 아들딸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 집처럼 생각하며 일하면 힘든 일도 기쁘다는 것이다. 입주민을 가족처럼 여기면 그들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것이다. 그의 책상 서랍 안에는 사탕으로 가득 차있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도 경비실을 지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경비원이 할 일은 아파트 관리와 순찰만이 아니다. 입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생활을 좀 더 안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특히 다른 동료들과 회의를 할 때는 화재와 도난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찌개가 타는 냄새가 나도 그냥 별일 아닌 듯이 지나가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있다. 바로 ‘삼엽충 화석 수집’이다. 태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1970년 당시 한 지질학자가 태백에 삼엽충 화석이 흔하다며 방문한 적이 있어 안내를 하다 가 그도 삼엽충 화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 화석 채광도구를 들고 삼엽충 화석을 캐곤 했다. 화석을 캐기 위해 중국을 두 번이나 갔다 왔다니 화석에 대한 열정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그에게서 ‘늙어감’이 아니라 ‘익어감’의 향기가 났다.

 

 

 

김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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