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동 중식당 영화루

먹거리가 풍족하다보니 맛있는 음식도 지천이다. 영양과잉으로 너도나도 살을 빼겠다며 각종 다이어트가 열풍이다. 곧 이순이 되는 나도 지금은 뱃살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먹거리가 귀해 짜장면 한 그릇이 소중하고 귀한 음식이었다. 먹고 싶다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생일이나 졸업식 때 어쩌다 한 그릇 맛보는 별식이었다.

어릴 적 맛본 짜장면 맛에 반해 나중에 성인이 되면 짜장면집 사장이 되는 게 소원이기도 했다. 중식당 사장이 되면 맛있는 짜장면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화살처럼 흘러 입맛도 변했다. 어쩌다 배달시켜 먹어본 짜장면은 팅팅 불어터지고 달기만 해서 점점 멀리하기까지 했다.

지난주 칠전동 아파트단지 입구 사거리에 있는 책방 파피루스 ‘고양이 북카페’에 들렀다. 책방 대표와 책과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로 밥 때를 놓쳤다. 마침 이곳을 즐겨 찾는 회원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한 끼 먹으러 간 식당 영화루.

‘고양이 북카페’ 바로 옆에 있는 영화루는 그리 유명하거나 소문난 맛집은 아니지만 동네에서 알아주는 중식당이다. 한 번 맛본 손님은 멀리서도 다시 찾는다고 한다. 직원도 없이 두 내외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라 배달도 하지 않고, 손님이 너무 많이 와도 일손이 부족해 곤란하다고 한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나는 짜장면을, 책방 대표는 짬뽕을 주문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릴 적에 맛있게 먹었던 옛날 짜장면 그대로다. 한마디로 맛있다. 단무지로 그릇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모아 깨끗이 비웠다. 이곳 주인 홍영표(56) 사장 내외도 때늦은 점심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열세 살에 짜장면 배달을 시작해 오직 중식업 한길만 걸어온 것이 어언 43년. 맛있는 짜장면의 비결은 없다고 한다. 오직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뿐. 짜장면 한 그릇으로 맛본 행복한 하루였다.

영화루
옛 경춘길 508-7 263-8282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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