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발표된 저항시 중에서 으뜸이라고 회자되는 시 <그날이 오면>이다. 심훈(1901~1936)은 계몽주의 소설 《상록수》로 잘 알려졌지만 이같이 피 끓는 시도 썼다. 1930년에 쓴 작품이지만 당시 조선총독부의 엄격한 검열로 발표되지 못한 채 광복 후인 1949년에야 비로서 알려졌다.

이 시의 압권은 1연에서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定)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라는 시구다. 아시겠지만 ‘인경(人定)’은 인경이다. 보신각에 매달린 큰 쇠 종 같은 것이다.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매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라는 2연의 시구에서는 머리가 숙여진다. ‘그날’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광복의 그날이었다.

엊그제가 8·15 72주년. 그러나 분단 한반도의 현실은 심훈이 외쳤던 진정한 ‘그날’은 아니다. 어떠한 외세에도 눈 하나 껌뻑하지 않을 통일강국의 그날을 어서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정 ‘그날이 오면’ 우리 모두 까마귀가 되어 한반도의 그 모든 쇠 종을 머리로 들이받고 축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문영 (시인)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