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트레일 러너 김진완 씨

가을을 재촉하는 소나기가 변덕을 부리던 날이었다.
인터뷰할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기자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 열정을 쏟는 사람을 만날 때면
긴장감이 두 배는 높아진다.


마치 약을 올리듯 혹은 이길 테면 이겨봐라 싸움을 걸어오듯 구름은 비를 퍼부었다가 또 말간 해를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몸은 물을 먹은 솜처럼 젖어버렸다. 마음을 가다듬고 세계 정상급 트레일 러너 김진완(34) 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는 춘천문화원을 찾았다. 그는 2층 로비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특히 달리기를 좋아했는데, 어디든 발이 닿으면 뛰는 것을 좋아했어요. 몸을 가만히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마라톤, 철인3종, 장애물 경기, 트레일 러닝까지 이것저것 해보고 있어요. 어릴 때 3년 정도 유도도 배웠는데, 얼마 전 열린 ‘2017 강원도회장기 생활체육유도대회’ -73kg급에서 운 좋게 금메달을 획득했죠. 저에게 스포츠가 뭐냐고요? 그냥~ 밥 먹는 것과 똑 같아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일 아침 5시 반이면 일어나 몸을 풀고 조깅을 시작한다. 많이 뛸 때는 20km, 평상시에는 10km. 여섯 살 난 아들과 아내를 생각해 가급적이면 일찍 일어나 새벽에 운동을 마친다. 매일 20분씩 웨이트도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춘천의 산을 두루 훈련장소로 이용하는데, 특히 대룡산의 경우 고은리 버스 종점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정상까지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 7월 하이원에서 열린 트레일 러닝 대회 ‘42K 스카이 마라톤

특전사 대테러부대에서 중사로 전역을 했어요. 경찰관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고 자신도 있어서 제대를 결심했는데 결국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어요. 제대를 한 그해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스파르탄 레이스에 처음 출전해 2위를 기록했죠. 1위는 군에 있을 때 후임이었던 현역 군인이 차지했죠.

 

 

 

스파르탄 레이스. 이름도 생소한 이 대회는 마라톤과 장애물달리기, 크로스핏 등 다양한 장애물이 25개나 한 코스에 포진되어 있는 극강의 달리기 종목이다. 철조망 아래 진흙 통과하기는 물론이고 무거운 돌을 들고 산 정상위에 뛰어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고 타이어를 양쪽 어깨에 메고 다시 산 정상을 돌아오기도 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라면 해석이 빠르지 않을까.

김진완 씨가 스파르탄 레이스에서 장애물을 넘고 있다.  사진=김진완

힘든 스포츠이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특전사 출신이잖아요. 부대에서 매년 체력측정을 하는데 스파르탄 레이스와 비슷해요. 오히려 난이도는 특전사가 훨씬 높죠. 첫 대회를 빼고는 국내 모든 대회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 올해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아쉽게도 외국인 선수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에 입상했어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기술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으니 오히려 성과가 더 많았던 경기였죠.

스파르탄 레이스에서 이름을 알린 김진완 씨는 사실 트레일 러닝 선수다. 그는 ‘지리산 화대종주 47km’에서 7시간 26분으로 한국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시험에 실패한 후 그는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와 춘천시청 청원경찰 시험에 응시해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군대에 있을 때 비하면 자기 시간도 많고 일도 힘들지 않고 참 좋은 직업이에요. 그런데 부대에서 계속 움직이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고요. 그래서 국내에서 열리는 주말대회는 물론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휴가를 내고 달려가죠.

 

트레일 러닝은 산악마라톤을 포함한 모험 달리기를 이르는 말이다. 별다른 장비 없이 산을 뛰어 오르고 또 뛰어 내려온다.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지만, 그에게 트레일 러닝은 기록 그 이상의 의미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마라톤이며 철인3종이며 여러 운동을 하고 있어요. 달리기가 좋아서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사실 도로 위에서 달리는 마라톤은 정말 좋은 운동이지만 소실점을 보고 달려 기록을 세우는 경기거든요. 그러다 트레일 러닝을 접했는데,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산속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마라톤 풀코스 기록이 2시간 30분 정도인데 그 시간은 정말 고독하고 지루하거든요. 그런데 50km 산을 넘는 데 보통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루할 틈이 없는 거예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즐기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게 힘든데도 무척 즐거워요. 그게 트레일 러닝의 매력이죠.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십 트레일 레이스 27km’에서 2위, 일본 ‘자오스카이 트레일 러닝’ 3위, 그리고 중국에서 열린 UTGK 100km 8위 등 국제경기에서 상위에 랭크된 그의 경력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지난달 정선에서 열린 ‘하이원 스카이 트레일 러닝 42km’에서도 그간의 기량을 뽐내 1위를 기록한 그는 아시아권 트레일 러닝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라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지만, 점점 붐을 타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해요. 가끔 춘천의 산들을 달리면서 꿈을 꿉니다. 춘천의 산은 산새가 험한 산을 오르는 외국의 경기만큼의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산과 산 사이의 이동과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춘천의 자연은 장점이죠. 그 속에서 풍경을 맘껏 감상하며 트레일 러닝 대회를 여는 것,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 이예요.

몸이 허락하는 한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달리고 싶다고 말하는 김진완 씨.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트레일 러닝이 좀 더 활성화 되는 것은 물론, 춘천에서 국제대회를 열고 싶다는 그의 꿈에 응원을 보탠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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