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보 걸으면 쓰레기 더미…교동 원룸촌 골목 등 ‘불법투기’ 여전
‘양심화분’ 등 창의적 정책 필요

“보기 싫은 것뿐만 아니라 고약한 냄새에 길고양이들까지 몰려든다니까요.”

지난 1일 오후 교동 원룸촌. 한 주민이 골목 전봇대 아래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보며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곳은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지역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는 불법투기 사례가 빈번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가 거주지역의 미관을 해친다는 것. 김정태(51) 씨는 “골목 전체가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단속을 한다고는 하는데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원룸형 건물이 줄지어 있는 교동 골목 100m 내에 투기된 쓰레기를 모아둔 곳은 6곳이었다. 짧은 골목을 걷는 동안 약 16m, 즉 성인 발걸음으로 약 30걸음에 한 번씩 쓰레기 더미를 마주쳐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쓰레기 수거와 불법투기 단속을 담당하는 시 청소행정과 박유리 주무관은 “쓰레기 투기공간 자체가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시에서 쓰레기장을 지정하고 관리·감독 할 수 없다”며 “거주하는 분들이 해당 구역을 쓰레기장으로 쓰면 시에서 그곳을 쓰레기 집하장으로 인식하고 수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불법투기의 근절만이 골목 미관을 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는 불법투기 근절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쓰레기 집하장 지킴이’를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무단투기가 극심한 중점관리지역 69곳을 선정해 주변에 상주하며 집중 관리하는 식이다. 시 당국에 따르면 이 제도는 주민만족도 81%, 사업 지속요구 97%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 약 3억원의 대부분이 감시인력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음에도 불법 투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국내외 모범사례를 조사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는 한 시민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쓰레기 불법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골목 곳곳에 붙어있는 23㎝짜리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가 승리를 이끈 무기가 됐다.

창원시의 ‘양심화분’이나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양심거울’은 무단 투기자들의 양심 변화를 꾀한 사례로 꼽힌다. ‘양심화분’은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에 “누군가 당신의 양심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부착한 화단을 조성했고, ‘양심거울’ 역시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성하게 하는 의도를 담았다. 경산시
가 진행하는 ‘클린 서포터즈’와 제주시의 ‘재활용 분리배출 모범시민 인센티브제’도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동기부여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지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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