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로 진아하우스

춘천역 부근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페이지 공터가 춘천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춘천에 처음 정착할 당시에만 해도 높고 기다란 담장과 철조망, 접근하면 발포한다는 무서운 문구가 적힌 미군부대 공터가 있어 부대 주변은 늘 한참을 돌아서 가는 길로 인식되었다. 그 때문인 듯 춘천역과 소양로 부근 도로변과 뒷골목에는 홍등가가 형성되어 밤을 밝히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춘천의 역사는 한동안 미군 캠프페이지와 함께 했다.

지난주 다큐영화 “오래된 인력거” 등을 감독한 고 김성규 감독 한 사람만을 위한 영화제가 춘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발전해 벌써 4회째 맞이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인들과 마지막 영화와 공연을 함께 보고 찾은 곳이 소양동 주민센터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진아 하우스이다.

진아의 집. 진아 햄버거로도 불리는데 미군 캠프페이지와 함께 41년째 3대를 이어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진아의 집을 처음 시작한 강봉화(94세)여사의 대를 이어 지금은 윤현민(30세. 손자) 씨가 어머니를 도와서 대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진아 하우스 메인 메뉴는 역시 햄버거이다. 춘천에도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유명 체인점 등 여러 햄버거 전문점들이 있어 맛을 보았지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수제로 직접 구워내는 진아 햄버거의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캠프페이지의 미군들이 외출을 나오고 실컷 놀다가 부대로 복귀할 때 들린 햄버거집이 진아 하우스라고 한다. 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소고기. 햄. 소시지 등 식재료를 이용하여 햄버거를 만들어 미군들의 취향 저격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미군들이 떠난 자리에서 40년 넘게 햄버거 가게를 대를 이어 운영하면서 춘천시민들의 입맛에도 맞춰 많은 단골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 가격도 3,500원으로 착하고 시중 브랜드 햄버거에 비해 속이 실하다.

한번 맛을 보면 계속 찾고 싶은 햄버거이다. 얼큰한 라면도 별미이다.

영문으로 된 메뉴판이 오랜된 가게 역사를 말해 주는듯하다. 요란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판을 치는 요즘이지만 착하고 오래된 작은 가게들이 오래오래 춘천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싶다.

진아하우스 춘천시 금강로 20 254-8995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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