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문리 시골보리밥

보리밥이란 어쩐지 평상에 턱 걸터앉아 큰 대접에 나물을 푸짐하게 얹고 강된장이나 고추장에 참기름, 들기름 두르고 쓱쓱 비빈 다음 시원스러운 열무김치 척 올려 배부르게 먹어야 할 것 같은 음식이다. 요즘이야 배곯는 시절은 아니니 어릴 적 추억의 별미로 보리밥을 찾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흰쌀밥을 보완해주는 건강식으로 먹기도 한다.

서민들의 팍팍한 일상에 뱃속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밥상을 소개한다. 지난해 여름 우연히 신북농협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처음 알게 된 ‘시골보리밥’이다. 그 뒤로 보리밥이 생각나면 늘 가는 곳이다.

‘시골보리밥’은 시내에서 차로 10여분 남짓이면 들녘이 보이는 한적한 곳에 있다. 신북면 율문리 신북농협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엄종석·김정임 부부가 운영한다. “자랑 좀 해주세요”라고 한 말씀 부탁했더니 “평범해서 특별히 자랑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낀다. 자꾸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으니 “직접 텃밭을 가꾸고, 또 주변 농가에서 신선한 식재료로 내 식구가 먹는다 생각하고 그저 깨끗하게, 정성껏 준비할 뿐”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7천원에 나물이 열 가지, 김치 세 가지, 된장국, 강된장, 맛나게 구워진 꽁치….

질그릇에 담긴 정성스러운 음식들을 한 상 받아들고, 마지막으로 숭늉으로 개운하게 입가심까지 하고 나니 이 수고로움을 7천원에 산다는 게 어째 미안하다. 남은 하루도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밥상이었다.

10여 년 전 부부는 김유정역 부근에 처음 보리밥집을 열었다. 2년여를 고전하다가 점차 찾아주는 이가 많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무렵 집주인이 직접 식당을 하겠다며 계약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식당을 춘천역 부근으로 옮겼다. 소문이 나고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기까지 다시 2년여가 걸렸는데, 이번에는 집터가 도로건설 부지라서 또 다시 옮기게 됐다. 그렇게 정착한 곳이 지금 이 자리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지만 입소문이 나 점차 제법 단골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여전히 월세도 부담되고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는 “그럭저럭 밥 먹고 살아요” 하신다. 소박한 말씨도 음식의 맛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골보리밥
신북읍 율문길 75(율문리 293-1)
250-3601

 

 

 

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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