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레고랜드 문제에 대해 최동용 시장은 시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암호를 중심으로 하는 삼각관광벨트는 여전히 춘천 관광개발의 중심축으로 논의되고 있다. 삼악산 로프웨이~삼천동 특급호텔~중도 레고랜드로 연결되는 벨트가 그 내용이다.

춘천시 주관으로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는 삼악산 로프웨이와 삼천동 특급호텔 사업과 같이 강원도 주관의 레고래드 사업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최동용 시장의 말대로 해도 문제가 없다. 춘천시가 이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아도 춘천시가 그리고 있는 관광정책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레고랜드 사업은 폐기해야 할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춘천역사문화연구회와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한 지난 11일의 ‘레고랜드 관련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사를 하려는 주체(시공사)와 공사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시공사와 관련해서는 여러 건설회사와 논의를 진행했지만 사의를 표명했거나 문서만 교환한 채 아무런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공사비는 사실상 하나도 없는 수준이다. 도에 따르면 테마파크 사업 완료 시까지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5천304억원이지만 주변부지 매각을 통해 이를 대부분 충당한다는 계획이어서 조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변부지는 말 그대로 본 공사에 딸려 있는 부지이므로 공사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비로소 판매가 가능한데 지금은 시공사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 매각이 이루어질 공산은 거의 없다.

레고랜드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특수목적 법인 엘엘개발이 보이는 행태는 사업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있을 정도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법인의 대표는 지난 7월 1억원의 연봉을 1억3천만원으로 증액하였다고 한다. 도내 19개 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높은 금액이라 하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춘천시가 시 관광정책의 주요 축이자 시민의 주요 쉼터인 중도 개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상당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개발이 어려운 상태라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다. 반드시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희귀한 자원인 중도 소재 선사시대 유적의 보존을 위해 소리를 낼만하다. 강원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유적을 복원하는 쪽으로 사업을 전환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의원시절에 중도 선사유적지의 보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제대로 된 춘천의 발전을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춘천시는 지나치게 시멘트형 개발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다. 과거 시내에 있던 다양한 유적의 보존에 관심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여러 차례 빈축을 사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신매리 적석총 훼손 역시 방치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이렇듯 희미한데 아파트 공급은 문제라는 지적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올 정도로 과하다. 일방적인 몰아붙이기가 아닌 시민참여형 도시개발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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