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 등 실적 없는데…대출이자까지 겹쳐 연 60억원 혈세 유출
11일 관련 토론회 기점으로 지역언론 비판기사 쏟아져

중도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붉은 사각형)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2011년부터 추진돼 햇수로 7년이 다 돼가지만,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당초 강원도의 발표와는 달리 도유지를 활용한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임이 드러났다.

지난 11일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와 춘천역사문화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중도선사유적 현황과 레고랜드 개발의 문제’ 토론회에서는 중도유적 파괴에 대한 고고학자들의 신랄한 성토와 더불어 레고랜드 사업 전반에 대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과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동안 침묵하거나 미온적이었던 도내 언론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심각하게 우려하는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며칠간의 주요 보도만 보더라도 레고랜드 사업추진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전무한 형편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언론은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부분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는 모양새다.

하는 일 없이 월급은 도내 최고 수준 1년 새 대표 연봉 30%나 인상

더욱 심각한 건 레고랜드사업 시행사인 엘엘개발이 사업추진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직원의 급여를 어느 공기업보다 많이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부임한 강원도 출신의 현 엘엘개발 대표의 연봉은 지난 7월 1억원에서 1억3천만원으로 30%나 인상됐다. 매달 300만원의 활동비에 업무추진비는 별도다. 이는 도내 19개 출자출연기관 장 중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약정된 출자금도 출자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수목적법인을 만들고 앞날이 불투명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원도의 보증으로 대출받은 자금으로 막대한 급여와 업무추진비, 차량제공 등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도 레고랜드 사업지 위치와 선사유적 분포도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강원도의 태도다. 지난 11일 레고랜드 문제 토론회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레고랜드 사업은 출발부터가 잘못된 도민기만사업이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의 예산이 한 푼도 안 들어간다는 도지사의 약속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안정적 사업이라는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600억원을 출자한다던 민간투자사들의 출자금이 납입되지 않아 강원도가 보증을 서 211억원을 대출받아 특수목적법인을 운영했다는 것도 2015년 말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의 비공개로 인한 불투명한 사업추진은 이미 도의회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제기된 바 있다. 새로 부임한 경제부지사조차 의회에도 비공개한 자료가 있음을 시인하며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곪아터져 가는데 정작 당사자인 강원도는 문제의 정확한 맥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의회 태도 변화 감지 강도 높은 도정질의 예고

도의회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된다. 그동안 레고랜드 조사특위 구성에 미온적이던 도의회는 비난이 거세지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도의회는 비공개로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레고랜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운영위원회에서는 이번 회기 중에 레고랜드와 관련한 강력한 도정질의를 펼치기로 하고, 다음달 17일과 18일에 실시될 경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3월과 7월에 “사업추진이 안 되면 자신을 탄핵하라”고 했던 발언을 근거로 탄핵까지 거론했다는 말도 들린다. 시민사회단체가 특위구성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실명공개까지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도의회에 부담으로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도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도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금 이자는 매일 1천200여만원씩 지출되고 있으며,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민간투자사인 특수목적법인에 속해 있는 14명의 직원들의 급여는 매월 1억8천만원씩 대출금에서 지급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 1억원씩 이자를 내야한다던 알펜시아의 복사판이다.

 

 

 

문화재 복토보존으로 터파기 할 수 없어 공사비 문제로 대체공법도 적용 어려워

최문순 도지사가 “문화재 문제 때문에 착공을 못하고 있는데, 이제 해결되었기 때문에 곧 착공을 한다”고 했던 지난 7월의 답변은 사실상 허언(虛言)이 되었지만, 문화재 문제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 됐다. 그렇다고 도지사가 문화재 문제를 거론한 것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한 말로 보이지는 않는다.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대한 건축허가는 이미 지난해 춘천시로부터 받았고, 문화재 보존문제는 복토 후 보존하는 것으로 문화재청이 정리했다. 강원도의 표현대로라면 돈도 없고, 문화재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시공사도 없는데 어떻게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문화재 문제의 핵심은 테마파크 부지 내 선사유적과 관련이 있다. 2014년 발굴을 통해 드러난 수천 기의 청동기 주거지와 100여기의 고인돌은 일부 이전복원으로 결정되고, 나머지는 복토보존으로 조건부 개발이 허가됐다. 문제는 조건부 개발허가에 있다. 문화재청의 조건부 개발허가는 유적 위 2.5m를 복토하고 보존하되 유구는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이렇게 되면 건축을 진행할 때 지하 터파기를 할 수 없다. 수백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테마파크 놀이시설에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구조물을 세울 수는 없다. 놀이시설 중 깊은 기초공사가 필요 없는 시설은 제외하더라도 지상 45m 높이로 설치될 타워는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 튼튼한 기초공사 없이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측은 신공법을 이용하면 지하 기초가 없어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벌집구조’로 불리는 ‘허니칩 공법’인데, 지하 터파기를 하는 대신 벌집구조처럼 기초를 하면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법을 적용하려면 공사비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반시설 공사도 문제다. 가스, 전기, 상수도시설은 유구를 훼손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해도 하수관은 배수의 문제로 일정한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시설을 할 수 없다. 일정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집수정을 설치해 강제배수를 진행하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또한 공사비 증가의 원인이 된다.

시민사회단체, “강력대응” 천명 실상 드러나면서 시민들도 회의적

시민사회단체는 “강도 높은 검증과 대책마련을 통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권용범 사무국장은 “시민조사특위 구성,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원점 재검토, 도의회 조사특위 구성촉구 기자회견 등 단계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주장에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강원도의 발표만 그대로 믿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춘천시민들도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추진에 찬성을 하다가 레고랜드사업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사업추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토론회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그동안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강원도와 도의회가 여전히 도민의 우려를 잠재우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이제 별로 없어 보인다. 원점 재검토를 말하기에 앞서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게 순서라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어 보인다. 이제 도의회가 어떻게 강원도를 압박할지, 강원도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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