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로 봉의산 가는 길

성인(聖仁)의 교화(敎化)를 두른 푸르른 산
그 이름 아름다워 지금까지 전하였네.
봉황새 날아가자 태평성대도 끝나버려
산에 올라 창연함을 홀로 느끼네.

강원도 감사였던 반석평(潘碩枰)이 1534년 봉의산에 올라 지은 시로 추정되는 오언절구의 시다. 상서로운 봉황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춘천의 진산(鎭山) 봉의산은 비록 300여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소양강과 더불어 춘천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다.

봉의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소양로 비석군에서 오르는 길은 특히 가파르다. 그 가파른 산길 초입에 고즈넉이 자리한 카페 ‘봉의산 가는 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주한 창문 너머로 소양강이 흐른다. 문이 반대쪽으로 나 있어 소양강을 등지고 봉의산을 바라보지만 나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자리라고 할 만하다.

무려 20여년이 넘는 ‘봉의산 가는 길’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샘밭에 ‘황토마을’로 시작해 1999년 지금의 왼쪽 부근으로 옮기면서 이름을 고쳤다. 그러다 다시 2004년에 지금의 봄내극장 맞은편으로 옮겼다가 다시 5년 뒤인 2009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거의 20년 가까이 봉의산 자락을 지키고 있다 보니 춘천의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로 군림했다. 사람들은 흔히 줄여서 ‘봉길’이라 부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봉길’의 문이 닫혀있는 적은 없다. 주인인 노정균(61) 씨는 출타 중에도 문을 잠그지 않는다. 오다가다 들르는 단골들은 주인이 없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에 지긋이 눈을 감고 ‘쉼’을 즐기다 가기 일쑤다. 홀로 가끔 고단한 마음을 달래고 싶으면 맥주병을 따기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주인장과 함께 인생사를 논하기도 한다.

봉의산이 사람의 발길을 거절하지 않듯이 ‘봉길’ 또한 늘 열려 있다. 작지만 춘천을 품은 봉의산처럼 ‘봉길’은 그렇게 사람을 품는다.

전흥우(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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