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창수 인터뷰

끊임없는 질문으로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작가
등단 당시부터 ‘문제적 작가’로 불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않고 존재의 의미 탐구”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고민이 글 어렵게 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소양강변에 터를 잡고 소설을 쓰는 하창수 작가가 <철길 위의 소설가>로 제9회 현진건문상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작가에게 수상소감을 물으니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업작가인 나에게 상이 주어지니 새삼스럽게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업작가의 길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30년 전 호기롭게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던 그는 15년 전 생활인의 삶을 위해 번역작가로도 나섰다. 부족한 것은 원고료뿐만이 아니었다. 작품을 선보일 지면이 줄었기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작품이 실리는 것도 아니었다.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지면의 한계는 결국 잘 팔리는 작가들에게만 기회가 몰리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팔아야 한다는 경제논리에 각종 문학상 시상식에도 팔릴 만한 작가들이 선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피와 살을 깎듯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토해내는 작가의 창작물은 원고지 1매 당 얼마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해탈한 듯 허허 웃으며 이야기하는 작가의 얼굴을 보며 ‘창작물을 정찰 판매한다’는 생각이 스치자 베인 듯 마음이 쓰려왔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로컬작가로 분류돼 홀대를 받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현진건문학상 수상에 혹자는 “드디어 받을 만한 작가가 수상을 했다”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등단 당시부터 그에게 붙은 별명 ‘문제적 작가’ 혹은 ‘소설가가 좋아하는 소설가’라는 말이 아직도 그림자처럼 찰싹 붙어있다. 그의 소설은 읽기가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재미를 찾아 소설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나의 관심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나는 존재에 대해 끝없이 묻는다. 스토리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닌, 그래서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자신을 비우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 물질적인 것은 물론 정신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유일한 인생관이 아닌, 열린 생각으로 모두와 소통하는 마음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 삶은 내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쉽지가 않다. 그 삶을 다루는 소설이 쉬울 리 없다. 어려운 현실의 고민을 쓰다 보니 글이 어려워질 뿐이다.”

그는 글을 통해 구도의 길을 걷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철길 위를 떠나는 기차. 떠나는 기차가 앞으로 움직이는 것인가? 기차를 떠나보내고 철길이 뒤돌아 가는 것인가? 그 질문에서 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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