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동 Largo(라르고)

아침저녁으로는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로 제법 쌀쌀한 날씨. 골목은 특히 해가 늦게 든다. 그러나 한낮이면 퇴계동 남부새싹공원 앞 한적한 골목에도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다. 그곳에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다고 해 찾아갔다.

‘Largo(라르고)’라는 카페가 고즈넉이 자리해 있다. 이름처럼 ‘느리게’ 여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카페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카페 안 한쪽 벽면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마대자루들이 쌓여있다. 세계 각지의 산지에서 생산된 커피 원두가 담긴 자루들이다. 주방 앞 프론트에는 이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 커피들이 각각의 용기들에 담겨 있다.

카페 ‘라르고’에서는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차별화된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그저 손쉽게 커피를 내리면 될 것을 왜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걸까. 커피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커피를 마시겠냐는 주인장의 질문도 곤혹스럽다. 어디를 가든 “아메리카노” 이 한마디면 되는데, 뭘 알아야 주문을 하지 않겠는가.

권하는 대로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모카하라 커피를 마셨다. 쓴맛과 단맛이 섞여 가장 무난한 커피라고 하는데, 역시 무슨 맛인지 도통 모르겠다. 동행한 지인이 주문한 과테말라 커피는 시큼한 맛이 났다. 서비스로 케냐 커피를 맛보라고 건네주신다. 이것 역시 신맛이 나는데 좀 덜하다. 커피 맛도 모르면서 카페를 소개한다는 건 무지막지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10년째 ‘라르고’를 운영하는 선우봉석(62) 대표가 이곳에 자리한 건 3년 전이다. 그 전에는 도지사 관사 근처와 도청 앞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그래서인지 단골 중에 한림대 교수들이 많다고. 특히 지금은 강원도립대 총장이자 ‘책읽는춘천’의 송승철 이사장이 대표적인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선우 대표는 그 인연으로 매월 ‘담작은도서관’에서 열리는 ‘책읽는춘천’ 독회에서 커피봉사를 한다.

언제쯤이면 커피 맛을 알게 될까? 오랜만에 ‘느리게’ 한낮의 시간을 보내며 커피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며 커피 맛을 음미해 봤다.

 

 

 

 

전흥우(편집인)

Largo(라르고)
춘주로147번길 17(퇴계동 905-6) 264-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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