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북산면 부귀리 숲길에서 동고비를 만났다.

나무타기 명수인 동고비는 우리나라 텃새다. 봄이면 주택대란으로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겨울에 미리 봐둔 딱따구리 빈집에 진흙을 물어다 잘 다지고 붙여 집 입구를 줄이고, 나뭇가지를 깔아 집 장만을 한다. 부리가 무뎌질 정도로 정성껏 집을 지어 새끼를 낳아 기르고, 새끼가 독립할 때가 되면 과감하게 새끼만 두고 떠난다.

작은 새에게 인생을 배운다. 욕심낼 것도 없이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지혜롭게 새끼를 길러내는 모습이 숭고하다. 많이 가졌음에도 특권과 반칙으로 더 많이 자자손손 물려주려는 세상의 추악함을 부끄럽게 한다.

 

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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