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 웬 카페?
더불어 사는 작은 ‘나눔’ 공간
원창5리 카페 누림마루

학곡리를 지나 원창고개를 넘어 국립춘천병원까지 가는 길은 온통 가을 색에 물들었다. 길가 은행나무에선 나뭇잎들이 후드득 흩날리다 달리는 차들을 피해 황급히 달아난다. 논밭의 곡식은 이미 수확이 끝났고, 시퍼런 배추만이 김장을 기다리며 꼿꼿하게 서있다.

시내로부터는 한참을 달려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국립춘천병원.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홍천으로 통하는 주 도로였던 덕에 제법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차들이 이따금 지나기에 더없이 한적하다.

국립춘천병원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새로 자리 잡은 카페 ‘누림마루’를 볼 수 있다. 깔끔한 외양에 열 평 남짓한 아담한 카페다.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는 우리 환자들의 ‘직업재활’ 공간입니다.”

그렇다. ‘누림마루’는 이곳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지난 9월 15일 문을 열었다. 올 5월부터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로 바뀌었다. 3개월이 차면 퇴원을 해야 하는 것. 그러나 이들이 바로 사회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재활훈련이 필요해 박종익 원장이 2년을 준비한 공간이다.

“현재 바리스타 두 분, 서빙 두 분 모두 네 분의 환자가 직원과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면 세 분이 더 취업할 예정입니다.”

정신재활치료과 안소영 계장의 말이다. 국립춘천병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편견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 안 계장은 춘천시민들이 편견 없이 편하게 다가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취지에서 병원도 시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카페는 물론이고 카페 아래 마련된 넓은 운동장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혹 홍천으로 가는 길에, 또는 깊어가는 가을을 음미하며 호젓한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카페 ‘누림마루’에서 여유로운 차 한 잔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차 한 잔을 마셔도 그것이 이곳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또한 더불어 사는 작은 나눔이 될 수 있음이니.

누림마루 동산면 영서로 824(원창5리) ☎ 260-3315

 

전흥우(편집인)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