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좋은 ‘노는삼춘’

“노래만 하고 싶다는 생각, 이제는 안 한다. 노래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버린 지 오래다. 그저 가끔 무대에 설 때 행복하고 노래하는 것이 재밌을 뿐이다.”

‘노는삼춘’은 2013년 기타리스트 이명운(34)이 만들었다. 민중가요 동아리 후배들이랑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복합문화공간 ‘빨’에서 퍼커션 홍근원(30)과 함께 ‘노는삼춘’으로 첫 무대에 섰다. 그리고 2015년 봄 임정빈(34)과 다시 ‘빨’ 무대에 섰다.

홍근원은 스무 살에 이명운을 만났다. 농활에서 만난 기타 잘 치는 선배가 멋있었던 막내는 ‘나도 저렇게 멋진 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임정빈은 개인사정으로 밴드를 나와 ‘노는삼춘’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명운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지금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일과 음악을 병행하는 어려움이 크다. 멤버 중에 결혼한 사람도 있어 상대적 박탈감도 있고(웃음),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다. 지금이 멤버들 모두 각자 일터에서 가장 업무가 많은 시기이기도 한데, 그런 상황에서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음악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니 힘들다.”

각자 개성이 강한 만큼 세 남자의 음악적 색깔도 많이 다르다. 발라드 감성의 임정빈과 퍼커션 홍근원은 담백하고 심플한 음악이 좋다. 리더 이명운은 밴드 음악을 하고 싶다.
무대에 설 때 가장 힘들지만 또 가장 즐거웠다는 이들인데, 요즘은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맘껏 노래할 수 없는 것이 괴롭기만 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연습시간을 밤 10시로 정한다는 ‘노는삼춘’. 그러나 직장생활이 만만치가 않다. 정시에 모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 늦은 시간이 돼서야 겨우 시작하는 연습. 보통 새벽 한두 시가 돼야 끝이 난다.

홍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임정빈은 연습이 끝나면 밤길을 달려 홍천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 같아선 밤을 새워 연습하고 좀 더 완성된 무대를 보이고 싶은데 현실은 늘 팍팍하기만 하다.

“이제 정말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단독 공연의 기회가 주어졌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 행복하다. 우리는 장르와 콘셉트와 상관없이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다. 모두 지쳐 있는 상태인데 마침 공연 비수기인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 잘 나고 따뜻한 봄에 다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세상과 타협하고 싶다며 웃음 짓는 ‘노는삼춘’. 그 유쾌한 매력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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