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희대의 국정농단사건으로 대한민국 시민들은 지난 시기 한 땀 한 땀 힘겹게 쌓아올렸던 민주화의 성과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뼈아프게 목격하고,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리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고, 광화문광장이라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녹아 결합하면서 시민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력하고 위대한지 그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을 읽으면서 더욱더 민주주의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깊이 알게 되었다. 리더와 국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가슴 깊은 곳을 울렸던 ‘시민답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과연 시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시민은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시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하기에 시민은 국가를 변화시키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국가에 대한 시민의 권리이자 역할은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의지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은 놀랍고도 위대한 힘을 보여주었다.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을 읽으며 30년 전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이 떠올랐다. 6월 민주항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으로, 부패한 권력에 투쟁하고 항거해 국민들은 16년 만에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정신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민들은 폭력이 두려웠을 텐데도 침묵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만약 지난 촛불집회에서 화염과 총이 난무했다면 누가 거리로 나올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때의 시민들은 일어났고 변화를 성취했다. 책에서는 시민들을 향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이라면 더 좋은 주장, 더 정의로운 주장을 지지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함께 감수하면서 도움을 주어야지 가만히 팔짱 끼고 앉아서 어느 주장이 이기는지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201쪽)”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6월 민주항쟁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얼마나 시민다웠는지 엿볼 수 있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민들이다. 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의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 존엄한 존재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 깨어 있는 시민이 훌륭한 국가를 만든다(29쪽). 만약 그 시대에 시민들이 부패한 권력층에 항거하지 못하고 순응한 채로 살아갔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민주화 국가가 되어 있을까? 감히 6월 민주항쟁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이 이 나라를 세우고 후대 시민들을 세우고 한국인으로서의 ‘나’라는 존재를 있게 했다고 말하고 싶다.

계승된 시민의식은 촛불로, 그리고 그 촛불은 탄핵의 횃불이 되어 대한민국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약자들은 그늘진 곳에서 눈물 흘리고 있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유가족, 노동자의 인권문제, 양극화와 빈부격차, 청년실업과 고령화 등이 그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에서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죽기 직전에 찾게 되는 것은 희망 밖에 없다. 그 희망이 연대로 이어졌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피땀 흘려 올라간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은 거기까지 올라온 연대의 끈을 탐욕이 끊어버렸기 때문이다…지금의 정치권의 탐욕을 견제하는 연대를 이루어야한다(168쪽)”고 주장한다. 탐욕을 끌어내지 않으면 그로 인한 비극은 오로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므로 시민들은 연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시민의 한 명으로서 시민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그 시작은 작은 관심과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교육정책에 관심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치적 이슈는 무엇인지 신문을 읽으며 공부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내 자신과 우리 가족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약자와의 연대를 지향하는지 성찰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18세 선거권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선거연령 하향조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법이 통과된다면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고민해보고 관심 가질 수 있는 실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읽고 나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명제이지만, 책에 나온 솔론처럼 살기를 다짐해본다. 그는 시민 전체가 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남의 불행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양심의 연대를 목표로 했다.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승규 시인의 시 〈끝까지〉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끝까지 살아봐야 한다.
이 세상에 죽음을 뛰어넘는 가치가
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박채린 (봉의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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