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 인터뷰이 미팅 ‘100번째 프러포즈’

《춘천사람들》이 2년 동안 진행한 ‘인터뷰’ 코너와 ‘작가의 작업실’ 코너에서 만난 인터뷰이들을 초대해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 그동안 만난 인터뷰이들은 150여명에 이르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약 30여명만이 참석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춘천사람들》과 동행한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격려와 위안을 주기에는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17일 저녁 7시, 카페 ‘음악창고’에서《춘천사람들》이 2년 동안 만난 인터뷰이들을 초대해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간의 소회를 나눴다.

시나브로 가을은 예고도 없이 겨울로 치닫는다. 지난주 금요일인 17일 저녁, 도로에 줄지어 서있는 가로수들은 어느새 마지막 남은 잎을 떨구고 을씨년스럽게 겨울채비를 한다. 강바람에 잔뜩 움츠린 채 소양1교를 건넌다. 건너편 강변에 손짓하듯 카페 ‘음악창고’ 불빛이 환하다.

약속시간인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하나둘 음악창고 문을 여는 사람들. 꽤 넓은 카페엔 주인공들의 사진이 벽면을 장식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엔 김밥과 떡과 과일이 놓이고 따뜻한 음료가 준비됐다.


인터뷰팀 좌장인 원미경 이사의 진행으로 시작된 100번째 프러포즈의 첫 무대는 우은희 이사 모자의 피아노와 클라리넷 협주로 장식됐다.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아들 용환구 씨의 클라리넷이 감미로운 바하의 ‘시칠리아노’와 경쾌하고 발랄한 폴란드 민요 ‘클라리넷 폴카’를 연주하자 카페 안은 이내 훈훈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원 이사는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이라는 타이틀 대로 그동안 동행해준 인터뷰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자리를 만들었다”며 이날 자리를 마련한 취지를 밝혔다. 정연구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아름다운 춘천을 만드는 데 앞으로도 함께해 주기를 당부했다.

창간호에서 ‘작가의 작업실’ 첫 인터뷰이였던 황효창 화백은 “언제 벌써 100호를 발행하게 됐느냐”며 “이제는 춘천사람들이 《춘천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그동안 인터뷰의 주인공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이어서 초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시각장애인인 김호경 목사(제6호 인터뷰)는 “여러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너무 좋은 사람들은 잘 알아본다”고 말해 좌중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춘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다른 길이 있다’의 조창호 영화감독(제61호 인터뷰)은 “《춘천사람들》을 춘천사람들이 모두 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방송PD 출신으로 ‘독도는 우리 땅’을 작사·작곡한 박문영(제15호 인터뷰) 씨의 공연 차례가 되었다. “춘천에 살게 돼 행복하다”는 그가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하모니카를 곁들인 ‘행복의 나라로’를 함께 부르자 카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다음으로 소개된 사람은 이날 자리에서 제일 젊은 페이스인 뮤즈펙트의 박승훈 대표(제83호 인터뷰). 그는 “모든 꿈과 야망을 버리고 춘천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그저 단단하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도시가 춘천”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춘천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진 순서는 정가(正歌) 가객 박주영(제84호 인터뷰) 씨의 공연. 그녀는 감기로 목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날 고가신조(古歌新調)의 창작곡 ‘북천이 맑다커늘’과 ‘어이 얼어 자리’ 두 곡을 선보였다. 이 노래는 조선 중기 문인인 임제와 기생 한우가 주고받은 시조 두 편에 곡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시 낭송 시간이 다가왔다. 선우미애 시인(제101호 인터뷰)은 시절에 맞게 잔잔하고 감성 충만한 목소리로 ‘11월의 가을이 아프다’를 낭송했다.


물안개처럼 번져오는
가슴 뭉클한 11월의 가을이 너무 아파서 …


다소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이날 자리에서 최연장자인 민화작가 김선자(제20호 작가의 작업실)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70년 전 엄마 손에 이끌려 삼팔선을 넘어와 6·25와 5·16 등 온갖 풍상을 다 겪었다.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까지 후배들 위해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교직생활을 마치고 민화를 공부했다”는 그녀는 《춘천사람들》에 대해 “참 좋은 신문”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무상 시인(제9호 작가의 작업실)도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 신문이 있어 참 좋다”며 “많은 자료를 남겨 춘천이 문화의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록을 강조하는 그는 《서면 이야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폴란드 유학생 보이체흐(35호 인터뷰) 씨도 어렵게 시간을 내 뒤늦게 참석했다. 강원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훌륭한 춘천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초대해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는 뮤즈펙트 박 대표가 선우미애 시인의 시로 곡을 쓴 ‘나비야’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사람 사는 이야기 속삭이고 나니
살며시 되살아나는 사랑 한 토막이 그립다
별빛 마당에 춤을 추는 나비들
피어나는 모든 것이 흥에 겨운 삶이어라


그렇게 속삭이듯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에 감사하고 기꺼이 동행하는 것이 삶이리라. 별빛 마당에 춤추는 나비처럼 사는 날까지 흥겨운 삶을 살아보자. 그것이면 족하지 않은가? 지금껏 맺어온 인연은 앞으로도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질 것이고, 인연의 얽히고 설킴 속에서 동행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 곧 겨울이 깊어지면 또 봄을 노래하듯이.

글=전흥우 편집인사진=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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