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책 편식이 좀 많은 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긴장감 넘치고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그리고 동화책들이다. 그래서 이런 고전 같은 책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국정농단의 이 시대를 반영하며 쓰인 책이라 거기에 초점을 두고 읽다보니 추리소설처럼 박력 있는 부분도 있어 다르게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가 사실 수월하지는 않았다. 이런 책이 처음이라 한 번에 읽기 힘들어 책을 아예 세 번으로 나누어 보기도 했고, 어떤 장은 한 장을 읽는 데 10분 정도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읽다보니 흥미 있는 부분도 있어서 모르는 것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읽기도 했다. 나는 학교에서 올해 실장을 맡았는데, 우리나라 정부를 나와 연관 지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이슈는 생활복에 관한 문제였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돈도 많이 들고 여학생들의 교복과도 관련 있는 일인 만큼 아주 예민하게 작용했다. 올 여름에는 특히 더 덥고 통풍도 잘 되지 않아 오히려 보온이 되는 것 같은 하복이 불편해 그 대신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교규칙상 등하교 시에 체육복 착용이 허용되지 않아 벌점이 부과됐지만, 하복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벌점을 받더라도 그냥 체육복을 입고 오겠다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이 체육복을 생활복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냈고, 많은 학생들이 공감해 회의시간에 임원단이 학교에 건의를 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안 된다며 “차라리 생활복을 새로 하나 만들자”고 했다. 그러나 2·3학년 학생들에겐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이제 생활복을 디자인해서 만들려면 시간이 더 걸려 여름이 다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임시로라도 체육복을 생활복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결국 전체 투표를 하게 됐고, 투표 결과 생활복을 만들자는 의견이 더 많아 내년부터 생활복을 만들어 입기로 결정이 됐다. 그러나 정작 투표에도 참가하고 모든 일을 진행했던 3학년들은 입을 수가 없어 크게 실망하고, 학교에 대해서도 서운한 마음과 원망이 생기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느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본받고 싶고 멋있다고 느낀 지도자는 리쿠르고스다. 학교에서 실장인 나는 이 지도자처럼 친구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나 역시 친구들을 위해 더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쿠르고스는 백성들을 위해 전체 토지를 시민의 수로 나누어 분배해주고 부의 특권을 없애기 위해 철로 된 화폐만 이용하게 하는 등 개혁을 추진한 뒤 델포이 신전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이나 하고자 하는 것, 아니면 왕으로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욕구들을 모두 참고 오로지 백성을 위한 삶과 죽음만을 가졌다.

리쿠르고스의 인상은 처음부터 강하게 남았다. 왕의 지위를 가지면 돈도 명예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모든 것을 버려두고 미련 없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정말 멋졌다. 나도 나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민으로서 희생도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넷에 리쿠르고스를 쳐보니 개혁가이자 왕이라고 나오는데, 나는 개혁가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토지를 똑같이 분배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철 화폐만 사용하게 하는 개혁을 펼치면서 진정으로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스파르타 시민들은 행복해하며 지도자를 잘 따랐다고 한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도 우리나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탐욕 없이 깨끗한 정책을 펼쳤다면 우리 모두 그 추운 겨울날에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최고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리쿠르고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여생이다. 그는 오직 백성을 위해서만 개혁을 했고,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로지 백성을 위한, 백성으로 인한 선택을 했다. 리쿠르고스의 삶을 통해 그가 정말 ‘진정한 리더’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반의 모든 친구들이 엄석대라는 아이에게 복종하며 마치 왕처럼 여기고 대해주다가 한 사건으로 인해 엄석대의 지위가 추락하면서 일그러진 영웅이 된 것 같다. 그 책에서도 나는 지도자 혹은 리더의 중요성을 톡톡히 알 수 있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E.H 카의 말처럼 조금은 어렵고 재미가 없더라도 이런 종류의 고전을 많이 읽어서 우리 시민들이 스스로 시민의식과 수준을 높이고, 잘못된 정부나 지도자에게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 우리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책을 많이 읽다보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시민이 점점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떠나라. 다른 곳에도 세상은 있다.”

이 책에서 요즘 나의 상황에 가장 와 닿는 최고의 말이었다. “지도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심장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책에는 좋은 구절이 많아서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라도 종종 생각이 나면 다시 읽을 것 같고,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나침반처럼 도움을 줄 것 같다.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잘 익어가는 벼처럼 고개를 더욱 떳떳하게 들면서도 겸손할 줄 알고, 당당히 나의 의견을 펼치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시민이고 싶다.

최유빈 (남춘천여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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