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의 박두진 시인(1918~ 1998)은 박목월, 조지훈과 더불어 청록파의 한 사람이다. 3인 동인지 《청록집》에 실린 작품에 <설악부(雪岳賦)>라는 시가 있다. ‘부’라는 용어는 어떤 사물을 직접 표현하는 시적 수사법을 말한다. 1·2·3장으로 되어있다. 여기서는 3장만 소개했다.

이 시는 강원도 설악산에 대한 것인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강토를 비유한다고도 보겠다. 1940년경 일제강점기 때에 쓴 시다. 박두진 선생은 이 땅의 자연 속에서 살아내야 할 한민족의 영원성을 희구하였다. 찬란한 미래를 우리 강원도 설악에서 찾았다.

이 땅에는 인간들이 아우성치며 여전히 고통 속에 산다고 한다. 당시가 일제강점기이니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도 사실 그렇다. 시인은 그래도 인간들이 멸하지 않고 우리 족속도 오래오래 이 땅에서 이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족속은 우리 한민족이란 뜻일 텐데….

‘족속’이라는 시어가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가 외세에 둘러싸여서 그런지 유난히 가슴에 저린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설악까지 꽃동산이 되어 노래하며 날뛰며 화창하게 살아볼 날이 그립다한다. 청록파 시인의 순수한 그리움이 지금도 귀청에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허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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