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엄니와 데모꾼》 펴낸 김종수 씨

언젠가는 자신의 삶의 행간을 털어놓고 싶었다 말했다. 다만 흘러왔을 뿐이라는 노동운동의 길, 30년을 일기 쓰듯 틈틈이 메모했던 것을 최근에 다듬어 시집으로 엮었다. 시집 《엄니와 데모꾼》은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해직 노동자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서문에서 “돌아보면 길 위의 생이었다. 힘들거나 아프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나는 내게 놓인 길을 걸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퇴직을 맞는 김종수(60) 민주노총 강원본부 지도위원. 198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공채1기로 입사하자마자 직장 동료들과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 직장 내 민주화 투쟁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퇴직 공무원이나 퇴역 군인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여직원에게 커피나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일상의 부당함을 깨고 싶어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노조를 만들었다.

일상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그걸 깨뜨리는 투쟁의 길은 언제나 고난의 길일 수밖에 없다. 30년 외길, 숙명처럼 놓인 그 길을 흘러왔다. 물론 혼자 흘러온 것이 아니다. 그의 곁에는 항상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동지라 부른다. 그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굳이 시가 아니어도 됐지만, 흘러 온 삶의 행간을 쓰는데 시라는 장르가 가장 적절했다.

사회운동을 하고 투쟁하는 사람은 운동 이전에 인간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현실이 힘들면 힘들수록 스스로 감성을 키우고 그 감성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공감을 넓혀 가야 한다는 것.

“노동시인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다. 단지 흘러온 나의 이야기를 썼을 뿐이다. 체 게바라는 전투 중에도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음악을 들었다. 그로부터 형성된 그의 풍부한 감성이 인간애의 원천이었고, 그를 불세출의 혁명가로 불리게 하지 않았을까?”

언제부턴가 금기시되거나 납덩이처럼 무거웠던 ‘혁명’이라는 단어를 민중의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는 김종수 씨. 어린 시절 시인이 꿈이었다. 굽이굽이 돌아 이제야 그 언저리에 온 것 같다며 계면쩍게 웃는다. 아직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하다. 곧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집을 또 엮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 강원본부 지도위원이라는 사회적 위치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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