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화가로 돌아온 심선남 씨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여대 현대미술과에 진학하면서 춘천을 떠난 그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미술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레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던 그녀가 다시 춘천을 찾은 건 춘천을 떠난 지 꼬박 10년 만인 1996년이었다.

캔버스를 통해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심선남 작가(51). 작품의 사이즈는 점점 커졌고, 마음 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서울에서는 넓은 작업실을 마련하기 어려워 개인전 준비를 위해 작업을 하는 동안만 잠깐 머물 생각에 춘천으로 잠시 터를 옮긴다는 것이 그대로 둥지를 틀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개인전을 준비하며 강원미술대전에 작품을 출품했는데 서양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잠시 머물기 위해 들렀던 춘천이었는데 전시와 맞물리면서 본의 아니게 지역에서 주목을 받게 됐고, 그 관심과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춘천에서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4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그룹전을 190여회 진행했다. 그러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2000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6년 태어난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유아교육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시작이 그녀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했다. 유아교육학을 마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6년 반 정도 교사로 일을 했다. 미술인이면서 교사였던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았고 미술심리상담을 만나게 됐다. 이후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지도사의 활동까지 겸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4년만의 개인전이다. 공부하느라 미뤄왔던 미술인의 삶을 되찾고 싶은 열망에서 준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색채학과 심리학 등의 이론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평안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신뢰의 색인 파랑색을 주제 색으로 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한지를 주재료로 삼았다. 보통 캔버스에 붓을 이용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회화의 기법을 벗어나 나무 화판을 제작해 한지를 스무 겹 이상 입혔다. 바르고 말리기를 수업이 반복하며 다듬어진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한지를 물에 풀어 죽을 만들어 다시 그것을 작품화하기도 했다. 작품에는 크고 작은 응어리들이 있다. 심 작가는 그것을 사람들 내면의 상처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모두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깊은 상처로 스스로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상처를 꺼내 들여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치유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심리상담사와 청소년지도사로 한창 바쁜 때를 보내고 있는 그녀. 자신의 본질인 화가로 돌아오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지나 다시 돌아왔다. 세 가지 일은 그녀에게 평안 그 자체다.

“계획대로 살아지는 삶은 없다. 수없이 수정하며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상처 받아서는 안 된다. 내 인생도 계획수정을 하며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전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주기는 조금 단축시킬 생각이다.”

김애경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