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전문 시민 노래패 ‘호수를 닮은 사람들’

새해부터 지역의 다양한 생활 소모임을 소개하는 [어깨동무] 코너를 마련했다. 함께 일상을 즐기며 삶의 연대를 이루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다. <편집자 주>

2017년이 3일밖에 남지 않은 지난달 28일 밤 10시.

이미 혹한으로 유명세를 떨친 춘천의 겨울밤은 찬바람까지 더해져 몸을 잔뜩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게 했다. 그렇게 찾은 온의동의 한 주택가 지하실.

온의동 주택가 한 지하실의 연습실에서 노래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시민 노래패 ‘호수를 닮은 사람들’. 왼쪽부터 강숙희·이강희·김선애·박민국·류재량 씨

천정과 사방의 벽은 마치 달걀판을 두른 듯했다. 방음벽이었다. 이곳은 바로 춘천의 대표적인 시민 노래 동아리 ‘호수를 닮은 사람들(호닮사)’의 연습실이다.

각종 음향기기들과 드럼, 기타 등 악기들이 자리한 가운데 ‘호닮사’ 회원들은 마침 한창 노래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예정된 거리공연 때문이었다. 모두들 너무나 열심히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탓에 말도 못 붙이고 한참 동안 연습장면만 지켜봤다.

호닮사의 단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이다 보니 단장 류재량(48·서점 근무)을 비롯해 모든 단원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모여 연습을 한다. 기타리스트인 박준성 씨와 김해룡 씨(회사원)는 기타를 담당하고, 유성철 씨(시민단체 활동가)와 김병덕 씨(교사)가 드럼을 책임지고 있다. 피아노 담당은 강숙희 씨(교사)다. 모두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 보컬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박민국 씨(기획사), 이강희 씨(자영업), 김진혜 씨(회사원), 김선애 씨(교사), 박정규 씨(65·전직 교사), 김해룡 씨가 주로 보컬을 맡는다.

호닮사의 역사도 벌써 만 10년이 지났다. 2007년 12월 춘천시민연대 송년회에서 ‘우리도 한 번 음악 동아리를 만들어 볼까’라는 가벼운 농담에 박민국, 유성철, 류재량 등이 바로 의기투합했다.

팀을 결성한 바로 다음해인 2008년 6월 8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 2천명이 넘는 시민들 앞에서 첫 공연을 했다. 그때 부른 노래가 ‘행복의 나라로’다. 얼마나 떨면서 노래를 했는지 그때의 긴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처음에는 모임의 이름도 없었다. 첫 공연 후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한 시민이 “호수를 닮은 사람들 같다”고 감상평을 올려 그때부터 ‘호수를 닮은 사람들’로 불리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춘천 촛불집회 공연. 매번 빠짐없이 참석해 공연을 하면서 추위로 인해 손과 입이 얼어 연주도 노래도 힘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가장 보람 있는 공연으로 남아 있다.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단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호주머니를 털어 분담한다. 이날도 단원 한 사람이 간식을 위해 음료와 옛날 통닭 서너 마리를 튀겨왔다.

2017년 마지막 공연은 다음날로 예정된 ‘춘천시 폐기물 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다. 이들은 스스로를 스스럼없이 ‘집회전문’ 노래패라고 부른다. 불의에 맞서는 현장에는 늘 이들이 있다. 이들의 노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모든 단원들이 술을 좋아해 주위 사람들은 ‘소주를 닮은 사람들’이라며 놀리기도 한다.

이들에게도 새해의 바람은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는 꼭 정기공연을 열고 싶다”고.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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