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퇴진 투쟁 250일 만에 막 내려…후임 사장 인선 빨라야 이달 중순
사장 선임 방식 이견 있지만 양측 모두 협상에는 낙관적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향해 혀를 내미는 조롱을 해 전국적으로 ‘메롱재우’란 별명을 얻은 춘천MBC 송재우 사장이 지난달 26일 해임됐다.

사장 퇴진 현수막이 사라져 말끔해진 춘천MBC 정문. 지난해 5월부터 송재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내건 현수막 때문에 어지럽던 사옥 앞의 소나무가 지난달 26일 송재우 사장이 해임되면서 말끔하게 정돈됐다.

이에 따라 250일에 걸친 춘천MBC 파업도 마무리가 되면서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는 도민의 사랑을 받는 MBC로 돌아가겠다며 정상화에 나설 전망이다. 춘천MBC는 송 사장의 해임이 결정된 지난달 26일 9시 뉴스를 사옥 앞에서 특집으로 진행했다. 이날 뉴스에서 송 사장의 해임에 대한 뉴스를 보도한 춘천MBC는 지역의 핵심 이슈인 춘천시환경사업소 노조의 김영희 지부장이 참여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보도부문의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송사장의 해임안은 춘천MBC의 대주주인 서울MBC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춘천MBC의 지분은 서울MBC가 100%를 소유해 주주총회 등 별도의 의결이 없어도 가능하다. 새로운 사장은 임명되지 않아 당분간 서울MBC 변창립 부사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춘천MBC 노조에 따르면 새로운 사장 임명은 빨라도 이달 중순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서울MBC처럼 공모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서울MBC 경영진은 20년 이상 근속자들 중에서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가 주장하는 공모제에 대해 경영진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노조도 경영진의 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되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노조는 노사동수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에 대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춘천MBC 노동조합 김창식 부지부장은 “본사경영진이 생각하는 사장 추천안은 근속 20년 이상의 내부발탁이지만 노조와의 협상에 적극적이라 큰 이견은 없을 것” 이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노사동수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서도 권역별로 할 것인지, 전국공통으로 할 것인지 이견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재우 사장의 해임사유는 포괄적이다. ‘조직통솔·통합 부적합’, ‘회사 경영능력 부실’이 해임사유로 적시돼 그동안 노조와의 갈등이 주요 해임사유였음을 유추하게 한다. 그동안 송 사장은 조합원에게 ‘메롱’을 하며 조롱을 하고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향해 비아냥조로 파이팅을 외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전국적인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노조와의 갈등 속에 장기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은 것도 해임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송 사장은 노조의 파업기간 동안 108일을 무단결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송 사장의 해임을 계기로 춘천MBC가 정상화 될 것인지 관심이 높다. 김창식 노조 부지부장은 “춘천MBC의 정상화는 보도부분의 정상화에 있다”며 “노조도 이런 부분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의 본연의 목적인 약자를 위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도부분의 논조를 힘이 있는 집단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각오다. 여기에 더해 김 부지부장은 “아직 송 사장에게 부역했던 부역자들의 처리문제가 매듭을 짓지 못했다”며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면 반드시 부역자들에 대한 처리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송재우 사장의 해임을 계기로 오랫동안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던 춘천MBC가 시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제자리를 찾을지는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사태의 중심에 섰던 노조가 책임감 있게 보도부문의 정상화가 공영방송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기대는 높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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