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보복운전에 대한 기사가 나면 ‘누가 날 건드리기만 해봐라’하며 기다리고 있는 하이에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억눌린 사회에 조절능력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늘 기사에 담기 때문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기에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오늘부터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요령은 분명히 있다.

소리공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배명진 교수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보복운전의 충동을 느낀다는 20대 중반의 청년층에 대해 클랙슨 소리와 관련된 뇌파검사를 진행했다. 울컥하는 보복심리는 뇌의 앞쪽 전두엽 부분에 주된 특징이 나타나므로 2단자를 전두엽 좌우로 나누어서 시간에 따른 변화양상을 측정해 보니 클랙슨 소리를 들었을 때 좌뇌보다 우뇌에서 뇌파의 변화특성이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뇌 쪽에서 감정에 관련된 요소나 혹은 짜증나는 요소를 더 느끼게 된다고 한다. 피 실험군의 80% 이상의 실험자들은 경적소리를 들었을 때 뇌파의 심한 요동이 나타났다. 우뇌파는 저주파와 고주파 쪽에 동시에 강한 에너지 신호가 측정됐는데, 이것은 경적소리를 들으면 청취자는 짜증이 나고 동시에 신경이 몰입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다음으로 피 실험자가 경적소리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소리를 좀 다르게 해서 들려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질문에 대한 뇌파실험이 진행됐다. 피 청취자들에게 경적소리를 지속해서 들려주지 않고, 대신 0.2초 동안 들려주고 휴지를 조금씩 주는 방식의 소리, 즉 중간에 끊김이 있는 ‘빵빵’소리가 3초간 지속되었다가 7초간 아예 소리가 없는 10초 주기의 경적소리를 2분간 계속 들려주면서 뇌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클랙슨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용화된 클랙슨의 소리는 보통 120dB 이상이고, 차의 전방 2m 지점에 서있는 경우 방향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110dB 이상의 큰 소리로 듣게 된다. 경적소리를 0.2초로 잘라서 듣게 되면 차량 앞에서 소리는 100dB 정도로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청취거리와 소리 지속시간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진 경적소리를 피 실험자들에게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우뇌파의 저주파의 고주파성분은 그대로였으나, 저주파 부분은 평소 측정치의 뇌파 수준에 비교해 크게 감소됐다. 결과적으로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에 신경은 쓰이나 몰입되지는 않아서 기존의 클랙슨소리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감소한다는 실험결과를 얻은 것이다.

요약하자면, 운전 중 앞 차의 급속한 차선변경, 끼어들기, 급정거 등은 뒤 차 운전자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지만 막상 앞 차 운전자들도 뒤 차 경적소리를 듣게 되면 미안했던 마음이 울컥한 심정으로 바뀌면서 보복운전을 낳을 수 있다.

이때 운전자들의 뇌파를 측정해 보았더니 무엇보다 상대방의 클랙슨 소리가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보복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관찰된 것이다. 따라서 달리는 중에 앞 차나 옆 차의 끼어들기나 급차선 변경에 대해 여유 있게 대처하는 매너운전이 필요하고, 피치 못할 상황에서 클랙슨을 누를 때도 길고 크게 지속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것보다는 0.2초 이내로 짧게 ‘빵빵’ 거리는 정도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지혜로운 운전이 필요하다.

어떤 사건이든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는 방식이 중심에 서야 하지만 당장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요령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법이다. 싸움에는 늘 자기만의 정당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기려고 들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싸움의 기술은 성숙에서 오는 것이며 이기는 싸움이 아닌 이해와 타협의 싸움으로 매듭지으려는 노력이 바로 기술에서 온다.

이진화 (음악심리문화연구소 ‘나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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