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광고에서도 자취 감춰 ‘굴욕’
1천억짜리 ‘춘천대교’ 애물단지 전락…시공사는 ‘계약파기’·투자사는 ‘협상난항’
도, 용적률 높여 상업지구화 추진 의도…시, “준주거지 지정 곤란”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아파트 분양광고에서도 사라졌다.

지난 4년간 춘천시내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은 거의 모두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홍보에 이용했다. 오피스텔, 호텔, 아파트, 심지어 소규모 원룸까지도 레고랜드를 만능 해결사처럼 광고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춘천시내 아파트 분양률을 견인하고 가격상승을 주도한 것도 레고랜드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아파트 분양광고에서 레고랜드가 사라졌다.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영업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그동안 부동산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선전돼온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핫 이슈였던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아파트 분양광고에서도 사라지고 있어 레고랜드 굴욕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근 분양에 나선 삼천동 파크자이 홍보물에도 레고랜드가 언급되지 않았다. 

‘춘천대교’ 애물단지 신세

이런 가운데 약 1천억원을 들인 레고랜드 진입교량이 완공단계지만 아직 관리주체도 선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고랜드 진입교량이 놓인 위치가 춘천시 도시계획도로라 시가 관리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시는 관리이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가 이관을 받지 않는 이유는 레고랜드 진입교량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서면까지 이어지는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돼야 도로로서의 기능이 완성되는데, 레고랜드 진입교량은 시의 도시계획도로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레고랜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사차량으로 인한 훼손문제, 차량진입 통제문제 등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레고랜드 진입교량이 공사 중인 중도까지만 연결된 상태에서 춘천시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교량이 공사차량으로 인해 파손이 되거나 만일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춘천시에 전가되는데,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가 교량을 이관 받으려면 도가 모든 비용을 제공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교량을 건설했는데, 정작 교량이 필요한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 중 하나인 ‘고려개발’마저 계약파기

레고랜드 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523억원의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 지분을 가진 고려개발이 증권시장에서 시공사 계약이 파기되었음을 공시해 사실상 사업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일 대림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레고랜드 테마파크 시공사로 선정된 고려개발은 523억원 규모의 춘천 레고랜드코리아 테마파크 조성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증권시장에 공시했다. 고려개발이 수주했던 공사비 523억원은 고려개발의 2016년 매출액의 8.39%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이렇게 큰 공사를 고려개발이 자의적으로 파기할 리는 만무하기에 계약파기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려개발이 내건 계약파기 사유는 “공사비 확보 불투명, 설계 미확정 등에 따른 발주처의 도급계약 해지요청”이다.

고려개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강원도의 발표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설계도 확정되지 않은 사업을 곧 착공한다고 발표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춘천사람들》은 수차례에 걸쳐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그때마다 도와 엘엘개발은 부인해왔던 터라 도덕성까지 의심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사? 협상 쉽지 않아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레고랜드 사업을 문제없이 추진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자가 있고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는 15일쯤이면 새로운 투자사가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직은 도와 엘엘개발이 투자사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지만, 이번에 거론되는 투자사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와 엘엘개발은 PAG 등 새로운 투자사가 모든 비용을 투자해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주변부지 개발사업권을 가지는 방안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지를 모두 팔아도 2천여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받은 2천50억원의 공사비 전용문제도 쟁점이다. 도와 엘엘개발은 다음달 열리는 강원도의회에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공사비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확보에 아무 문제가 없다던 사업이 대출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도, “용적률 제고”…결국은 상업지구 개발하는 꼴

이런 가운데 최근 강원도가 중도 상업용지의 용적률을 높여줄 것을 춘천시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정황은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강원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부족한 자금마련 대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정만호 경제부지사는 “중도 상업용지의 용적률을 높여 부지가격을 높이는 방안으로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선 출신의 박현창 의원은 “중도에 고급 아파트를 지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워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러나 용적률 문제에 대해 도시계획 결정권을 가진 춘천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춘천시 고위 관계자는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와야 검토라도 하겠지만 춘천시 도시계획이 이미 총량을 넘어선 상황에서 새로운 준주거지 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춘천시는 2030년 인구 45만명을 기준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 외곽지역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확정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며 춘천시 인구 상한계획이 42만명으로 결정되어 더 이상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그동안 강원도가 장담하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의 실현과 너무도 다르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선사유적지를 없애면서까지 추진하려던 레고랜드 사업의 당위성이 기초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4월 준공돼 영업 중인 일본 나고야 레고랜드가 입장객이 줄어들면서 주 5일만 개장하는 상황에서 결국 미끼상품에 불과한 레고랜드를 빌미로 선사유적지에 상업지구를 개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동용 시장은 지난해 연말 “레고랜드 사업이 춘천에 이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최 시장은 “레고랜드 사업은 강원도가 할 부분이라 춘천시는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춘천시는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래저래 레고랜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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