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기르려고 하면 많은 양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씨앗을 많이 맺기는 하지만 발아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에 재배할 경우엔 감자를 수확한 이후에 심으면 좋다. 그리고 당근은 뿌리작물이라 정식을 싫어하므로 씨를 직접 땅에 뿌린다. 봄과 가을에 두 번 심을 수 있지만 씨앗은 가을에 심은 당근에서 봄에 채종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여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먹을 것을 수확한 후 좋은 당근을 선별한다. 그 당근의 잎을 다 따내고 온실에 땅을 30센티 깊이로 판 다음 뿌리 부분이 위로 올라오도록 묻는다. 만일 온실이 없으면 볏짚이나 비닐로 덮어 보온과 수분을 유지하도록 한다. 추위에 강한 품종일 경우에는 당근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밭에 남겨 볏짚을 덮어 겨울을 나게 해도 된다. 땅에 묻었던 당근은 늦서리 없는 시기인 4월초 정도에 파내어 밭에 심는다.

그러면 5월말 정도에 꽃대가 올라와 7월 말 정도에 채종할 수 있다. 씨앗이 여물 때는 꽃대의 무게가 있어 꺾이기 쉬우므로 지주를 매어 주는 것이 좋다. 씨앗 여물 때가 장마철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비가 많을 때는 꽃대를 잘라 실내에서 말리거나 비 가림을 해주는 것이 좋다. 가장 위의 꽃대에서 좋은 씨앗이 맺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씨앗의 양이 넉넉하면 밑의 꽃대는 잘라주어도 좋다. 씨앗이 여물면 꽃대를 잘라서 검게 될 때까지 말리고 씨앗과 나머지가 분리될 때까지 비빈다. 그 후 키질을 해서 검불을 불리고 씨만 모은다. 채종하지 않고 밭에 그냥 두면 씨앗이 떨어져 3개월 후 다시 발아한다. 채종한 당근 씨앗은 3년 정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상추는 국화과로 한국 사람이 가장 즐겨 찾는 쌈 채소다. 상추는 자가수분을 하지만 드물게 자연교잡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다른 상추 품종에 꽃이 피어 있을 경우에는 20미터 이상 거리를 두거나 중간에 키 큰 식물을 심는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우면 꽃대가 일찍 올라오고 쓴맛이 나며 병에 걸리기 쉽다. 가을 상추가 맛있는 이유다. 심을 때 2~3주 간격으로 심으면 가을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햇볕이 강하거나 양분을 너무 많이 주면 잎이 뻣뻣해지고 맛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가을 상추에서는 꽃대가 올라오지 않아 채종할 수 없다. 봄에 심은 상추는 여름 무렵에 꽃대가 올라온다. 씨앗이 여물시기에 장맛비가 오면 비 가림을 해주거나 꽃대를 잘라 서늘한 곳에 거꾸로 매달아 놓아 말린 후 채종한다. 상추 씨앗의 수명은 1년이므로 채종 후 다음 해에 바로 심어야 한다.

쑥갓 역시 같은 국화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채소다. 더위에 약한 상추와는 달리 쑥갓은 더위에도 강하다. 3월 말과 9월 초에 씨앗을 뿌리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으며 두 번 채종이 가능하다. 또한 씨앗이 여물기 전의 꽃은 먹어도 좋다. 쑥갓 씨앗의 수명은 3년이다.

한국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배추는 십자화과 채소다. 봄에 심어 먹기도 하지만 채종용은 가을에 김장용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심어야 한다. 배추는 자기 꽃의 가루를 받지 않으므로 채종용은 두 포기 이상을 한 장소에 모아서 심어 교잡하도록 해야 한다. 배추는 추위에 강하므로 그대로 밭에 두어 겨울을 나게 한다. 다만 볏짚을 덮어 추위를 막아주도록 한다.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 인공수정을 해주어야 한다. 방법은 우선 아직 활짝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핀셋으로 수술을 모두 제거한다. 그 다음에 활짝 핀 꽃봉오리에서 수술을 떼어 수술을 제거한 봉오리의 암술 머리에 묻힌다. 배추는 교잡이 잘되는 식물이므로 갓이나 청경채 등 무를 제외한 다른 종류의 십자화과 채소가 주변에서 꽃을 피우고 있으면 교잡되기 쉬우므로 400m 이상 거리를 두거나 중간에 한랭사(寒冷紗)와 같은 그물망을 설치해 분리시켜야 한다. 배추 씨앗은 5년 정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김태민 (춘천토종씨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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