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제 보험적용 안 돼 ‘프로스카’ 편법처방
‘과용’ 우려…대인기피·우울증 부작용 주의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수치가 하나 있다. 20대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무려 64%나 급증한 것이 그것이다.

20대 환자는 1천317명에서 2천161명으로 대폭 늘어났으며, 증가율로만 따지면 10~20%대에 그친 중장년층을 압도하고 80세 이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로 50대 이상 남성의 배뇨 장애로 이어지는 이 질환이 20대에서 급증세를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현상에 대해 서구화된 식습관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탈모 치료제를 구입하려는 탈모환자가 늘어난 것을 더욱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런 해석은 ‘탈모갤러리’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 타당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커뮤니티에선 정식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이외에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처방해주는 병원을 문의하는 글과 처방받은 이후 약을 자르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두 가지 약 모두 ‘피나스테리드’라는 탈모치료 성분이 포함돼 있지만, 정식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는 1mg,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는 5mg으로 용량이 달라 프로스카를 탈모치료제용으로 쓰려면 5등분으로 나눠 써야 한다.
이렇게 편법으로 탈모치료제를 찾는 이유는 보험적용이 안 되는 탈모치료제와 달리,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는 보험적용이 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분이 같아도 이런 처방 자체가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또, 약을 자를 때 5등분이 힘들어 4등분을 해 먹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탈모치료 성분을 용량을 초과해 먹는 경우가 발생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편법으로 탈모치료제를 구입한 20대 박아무개 씨는 “부작용의 위험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탈모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면접 등 ‘취업전선’에서 외모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탈모를 앓는 20대에겐 이 질환이 대인기피 및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단순히 미용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질환으로 보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정말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표방한다면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를 쪼개 먹으며 부작용도 감내하려는 20대 탈모환자들을 더 이상 비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박범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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