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동 쫑생쫑사

딱! 툭, 딱!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퇴계동 스포렉스 부근 골목에 있는 내 단골 당구장 ‘쫑생쫑사’에서 나는 소리다. 이곳 사장인 이규용(54) 씨는 2001년 종합운동장에서 생활체육(육상) 마라톤을 지도할 때 인연이 됐다.

이규용 사장은 1994년부터 당구장 재료를 만드는 일을 하다 외환위기가 오면서 긴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2001년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생활체육 마라톤에 입문을 했다. 생활체육 마라톤이라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그는 엘리트 선수 수준인 2시간 59분 안에 30회를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다. 그때 당구장도 함께 시작했다. 이래저래 당구와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을까?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당구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요즘엔 정년퇴직을 한 어르신들이 당구장을 많이 찾는다고.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구장을 운영하다 보면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구대를 찢어놓거나 큐대를 손상시키고도 아무런 사과 없이 가버릴 때면 ‘자영업이란 참으로 힘들구나’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참을 인(忍)자 세 번 흥얼거리다 보면 그런 야속함도 이내 눈 녹듯 사라진다.

최근 당구장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흡연실을 별도로 운영하다 보니 실내 공기가 훨씬 쾌적해졌다.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도 늘었다.

이 사장은 당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있는 만큼 순수한 사회체육으로 자리 잡아 나이를 떠나 누구나 즐겼으면 좋겠다”면서 “당구 동호인들을 위해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의 바람은 마라톤을 계속하면서 ‘당구’ 하면 ‘쫑생쫑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고 유명한 당구장으로 키우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우정을 이어가며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는 당구장 ‘쫑생쫑사’. 당구 큐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전율을 느끼며 스트레스도 풀고, 당구장 동호인들과 인연을 쌓으니 몸도 마음도 튼튼!

 

 

 

고학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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