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포착하는 데 관심을 둔다.”

아일랜드의 시인 브렌던 케널리(Brendan Kennelly)의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글쓰기를 엮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춘사수필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심사하는 입장에서 유지한 관점이기도 합니다. 심사위원 저마다의 안목과 심성이 비슷해서 그런지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의견이 일치해 최우수상에 박현주 씨의 ‘연기된 수능, 7일간의 사용설명서’, 우수상 두 편에 박지영 씨의 ‘한낮의 모노드라마’와 유예진 씨의 ‘4만3천원짜리 니트’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유안진 씨의 ‘아빠와 김치말이 국수’, 김백철 씨의 ‘시 읽는 겨울…그리고 짧은 생각’과 김성한의 ‘산길을 걸으며’ 세 편을 장려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최우수작 박현주 씨의 ‘연기된 수능, 7일간의 사용설명서’는 포항지진으로 인한 대입수능 연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처하는 수험생의 자세를 코믹 드라마처럼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밀려들던 원망의 눈물 같은 별무리를 새까만 밤하늘에 쏟아내던’ 그 마음에 수상 소식이 작은 위로가 되었을지, 아니면 ‘인생의 거대한 지진’이 아직도 여진을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수작 유예진의 ‘4만3천원짜리 니트’는 어린 시절 오빠와 남동생의 옷과 양말을 물려 입던 딸이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입니다. 왜, 우리는 소망하던 옷 한 벌을 손에 넣고 나서야 아빠의 헤진 옷깃과 구멍 난 양말을 보게 되는 걸까요. ‘10년이 지난 지금, 낡고 헤져서 버릴 지경’임에도 끝내 옷장 속에 보관하고 있는 것도 실은 아빠가 숨겼던 눈물이고, 내가 아빠 몰래 훔쳤던 눈물이 아닐까요?

또 한 편의 우수작 박지영의 ‘한낮의 모노드라마’는 큰 거울 속에 비친 자신과 부딪혀 우왕좌왕하던 한 장면을 포착해 차분히 자아성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면서도 거울을 통해 자신의 총체적 진실이랄 수 있는 정체성의 모습을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에밀 뒤르켐(Emile Durkeim)과 맞닿아 있는 것을 봅니다. “인간은 거울을 발견했을 때부터 자신의 영혼을 잃기 시작했다.”

일상 속 스치는 생각과 시를 조화롭게 연결했던 김백철 씨의 ‘시 읽는 겨울…그리고 짧은 생각’과 일상의 소소함을 건져올린 김성한 씨의 ‘산길을 걸으며’,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며 돌려보는 아버지의 사랑이 정겹게 넘쳤던 유안진 씨의 ‘아빠와 김치말이 국수’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춘사수필상>을 계기로 더 많은 독자들이 글쓰기와 가까워지기를 소망해 봅니다.‘2017 춘사수필상’ 이충호 심사위원

※ 2017 춘사수필상 심사는 이충호 교정위원(《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 저자), 전흥우 편집인, 허소영 이사(전 인터뷰팀 팀장) 3인이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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