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항리 주민들, 부모 잃은 아이들 안타까운 사연 전해
고 김장성 씨, 아내 간병·아이들 양육 이중고에 의용소방대원으로도 솔선수범
화재현장 목격한 아이들 정신과 치료 시급…장기적 지원책도 필요

지난달 31일 북산면 오항리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모를 잃은 14살 서현이와 12살 상현이 가족의 생활사가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TV에서 엄마 아빠의 결혼식 사진을 보며 엄마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걷지 못하게 되자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던 상현이. 사진=2017년 10월 28일, KBS ‘동행’ 화면 갈무리 

이들의 사연은 지난해 10월 28일 KBS ‘동행’ 113번째 이야기인 ‘그래도 언젠간’에 방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BS 홈페이지에도 이들의 사고를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동행’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문의가 계속되자 지난 2일 방송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KBS ‘동행’ 방영된 사실 알려져 안타까움 더해

마을주민들도 망연자실이다. 지난 1일 북산면 오항리 마을회관에 모인 5~6명의 주민들은 화재로 숨진 김장성 씨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가 발생한 주택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조창운 씨는 “4년 전 부인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느라 장성이가 병원비와 농사, 아이들 양육으로 고생이 많았다. 사고가 난 다음날에도 병원에 갈 예정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씨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데, 병원에 가면 1~2일간 입원을 하기도 하고 한 달씩 입원할 때도 있다.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 둘을 학교에 보내느라 고생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아이들이 요즘 아이들 같지 않고 착하고 똑똑하다. 큰 아이(서현)는 컴퓨터를 잘 해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컴퓨터 봉사를 한다. 아이들이 하루 열 번을 봐도 달려와 인사를 한다. 그렇게 착한 아이들이 너무 안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씨는 또, “아이들에게 작은 아버지들이 있지만 다들 형편이 너무 어렵다”며 “지역사회가 나서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의지할 유일한 혈육은 인근에 혼자 사는 서현이 할머니뿐이다. 그러나 할머니도 사정이 어려워 기초생활 수급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나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급박한 순간에 옷가지 하나도 건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북산면부녀회는 지난 2일 우선적으로 급한 아이들의 옷가지를 마련해 주었고, 춘천시이·통장연합회(회장 박재철)는 월요일 긴급모임을 갖고 지원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북산면 차원에서도 모금이 진행될 예정이다.

춘천시도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춘천시 복지정책과 희망복지 지원담당은 “우선적으로 긴급생계비·연료비 83만3천원이 지원 가능하다”며 “2월 중 기초수급 생계지원비 대상자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와 별도로 가정위탁서비스 지원으로 월 30만원을 아이들의 할머니에게 지원할 계획이고, 장제비 150만원도 지원한다. 시는 이외에도 드림스타트 서비스 지원을 연계하고, 서현이와 상현이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가구로 선정돼 지원되고 남은 500만원에 추가로 모금된 370만원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도 밝혔다.

최동용 시장도 2일 오후 5시 30분경 빈소가 마련된 호반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최 시장은 “춘천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특별생계비, 의료비, 기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화재소식을 접한 부산의 독지가는 춘천시에 전화를 해 “20만원의 후원금을 지정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가 밝혔다.

학용품과 생필품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트라우마’ 치료

급박한 순간에 부모가 화재로 숨지는 현장을 목격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현이와 상현이가 다니던 추곡교회 이종서 목사는 “서현이와 상현이는 밝고 착한 아이들이었다. 일요일에 서현이는 교회를 오지만 상현이는 엄마를 돌보느라 교회에도 못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목사는 “착하고 똑똑했던 아이들이 너무나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했다. 트라우마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며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치료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어려운 생활에 부모가 사망해 정신과 상담 등을 받기가 어렵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며 “교회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골의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화재로 모두 불에 타버려 현재 아이들이 당장 생활할 수 있는 생활용품은 물론 책이나 학용품 등 공부에 필요한 것도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강원대 의과대학 정신과 황준원 교수는 “아이들이 겪은 사고는 공포가 극심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트라우마 극복프로그램을 진행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아이들의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신청해 주면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복지정책과도“병원과 트라우마 극복프로그램 진행을 협의 중”이라고 알려왔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아내의 간병을 하면서 아이들을 밝고 똑똑하게 키우는 것은 물론 의용소방대원으로서 굳은 일에도 앞장섰던 고 김장성 씨 부부의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춘천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연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회성 관심과 후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TV 화면에서 의젓하고 어른스런 모습을 보이던 상현이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이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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