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속화철도 역세권마다 대단위 개발사업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
‘동서고속화철도 지역특성화전략’ 용역 중간보고서

총거리 92.34㎞, 사업비 2조2천114억원. 첫 발표 후 30년 만에 착공이 예정된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확정 고시도 되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천군 간동면에 들어설 화천역 주변 역세권 개발사업 계획. 역과 주변지역 2백14만여 평방미터의 부지에 주거와 업무, 상업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화천군 전체인구는 2만7천명. 역이 들어설 간동면 인구는 3천여명에 못 미쳐 과도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있다.

개발면적 7백68만7천216㎡, 평수로는 230만평이 넘는, 강원도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는 역세권 개발사업 용역을 강원도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사업계획이라 실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춘천사람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2시부터 도청 신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동서고속화철도 지역특성화전략 용역 중간보고’를 통해 입수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도가 추진하려는 지역특성화 전략 종합계획은 면적과 규모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 면적이 워낙 방대해 현재 부지가격만으로도 조 단위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계획대로 부지를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강원도가 이런 개발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강원도는 이미 부채가 많아 채권발행도 어려워 추가 개발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용역이 완료되면 민간 개발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원북부권 비전 및 목표로 설정한 이번 계획에서 용역사업단은 정주인구 2만명, 지역 총생산 2배, 유동인구 3만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문제는 민간자본을 투입해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다. 결국 주변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투기과열로 이어져 몇몇 부동산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잠식하기 위해 도는 지난해 7월 14일 속초 노학지구(0.72㎢), 화천 간척지구(0.42㎢), 인제 원통지구(0.38㎢)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전체 부지 중 사유지가 78%를 차지하고, 국유지 17%, 시·군유지 4%, 도유지 1%다. 지목별로는 농지 1.11㎢, 공공용지 2.88㎢, 임야 0.61㎢, 대지 0.43㎢, 기타 면적이 0.16㎢를 차지한다. 토지거래 허가기간은 2022년까지 5년간이다.

문제는 이번 계획안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들어가지 않은 지역이 대규모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 중간보고에 포함된 개발면적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면적 152만㎡의 5배에 이르는 768만7천216㎡다. 또 다시 부동산 광풍을 조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다. 다른 SOC 사업을 보더라도 개발계획 발표 후 주변지역이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았던 사례가 많다.

해당지역 지자체와 협의 미흡

중간보고라지만 해당지역 지자체와 협의도 안 된 일방적 용역결과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창보 속초시 건설토지과장은 이날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이미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면적보다 많은 면적이 계획에 들어 있다. 속초시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구단위 계획의 문제와 지자체와의 협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연균 춘천시 건설국장은 “춘천역 역세권 개발계획에 유원지가 포함돼 있는데 이 지역은 이미 춘천시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이라며 “역세권에서 불과 1km도 안 되는 지역에 상중도 유원지가 있고 레고랜드도 들어서는데, 이 지역에 유원지를 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고순길 양구군 기획감사실장은 “양구군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역 위치와는 다른 곳에 역을 지정하여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 용역사가 도 집행부의 의견만 듣고 양구군의 의견은 무시하는 것 아니냐? 역사 위치와 관련해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 과장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양구를 빼 달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송삼규 춘천-속초 철도추진단장은 “역사와 관련해 또다시 주민설명회를 하는 건 양면성이 존재한다.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대신 용역사가 양구군에 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며 “이번 계획안이 최종안이 아님을 유념해 달라. 해당 지자체의 요구를 수용해 최종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일 이용객 수백 명도 안 될 화천역
80만평 역세권 개발, ‘뜬구름’ 잡기


춘천-속초 고속화철도의 이용객 전망에 비해 실현성이 없는 대규모 개발계획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지난해 8월 2일 춘천바이오진흥원 3동 대강당에서 개최된 춘천-속초 고속화철도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1일 이용객 전망은 평일 6천247명, 주말 9천874명으로 분석된 바 있다(《춘천사람들》 제89호 기사 참조).

출발역 성격인 춘천역을 제외한 6개역을 평균으로 나누면 1개 역당 평일 1천41명, 주말 1천646명이다. 이용객이 줄고 있는 강촌역 하차인원과 비슷한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강촌역 1일 평균 하차인원은 930여명이었다. 더욱이 전체 인구 2만7천여명에 불과한 화천군에서도 30여분 거리에 떨어진 간동면에 위치한 간척역의 경우는 인구 3천명도 안 되는 지역으로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이런 지역에 80만평에 이르는 역과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강원평화경제연구원 나철성 소장은 “이 계획이 실현가능성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투입자본을 마련하기도 어렵지만 실현가능성은 더욱 없다”고 단정했다. 나 소장은 “용역결과가 6월 전에는 나올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용역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용역을 6억원 넘게 들여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도가 지난해 6월 발주한 이번 용역은 용역비 6억8천610만1천640원에 서울과학기술대 산학협력단, 강원대 산학협력단, 한국법제연구원, ㈜유신이 컨소시움으로 참여해 올해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해 연말까지 사업 확정고시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고시되지는 않았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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