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2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무언가가 남았다. 그 남은 것은 바로 ‘나다움’에 대한 각자의 발견들이었다. 모두 15번,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준비했다. 따뜻한 모닝커피와 예쁜 찻잔에 담긴 차, 시집과 색이 고운 나무 색연필도.

지역 인문활동가와 기획회의하는 모습

누군가가 준비해준 자기 시간이 오롯이 만들어지고, 만난 사람들은 혼자 또는 서로의 ‘나’에 대해 마음을 일렁댔다. 보였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 대해 장애들을 겪고 있음이. 더러는 조금 지나갔고, 누군가는 지금이 한창이다.

이번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확인한 것들이 있다. 첫째, 이 문제는 비단 장애를 가진 자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와 가족들의 자립도 함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삶의 장애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자기 돌봄’, ‘나다움’에 대한 일상의 결핍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우리가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어렵다고 했던 까닭이 바로 이렇게 개인의 회복이 충분히 전제되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주식회사 ‘나비’라는 이름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 일을 벌였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정작 키우는 과정보다 더 어려운 것은 성인기의 자립을 준비하는 일이다. 대부분은 성장기에 걸쳐 많은 치료와 재활, 훈련을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갈 곳이 없어지면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사회와 분리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실제적인 고용과 사회적응을 위해선 비장애 아이들의 진로탐색이나 학습기간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더 투입돼야 한다.

학습도 필요하고, 활동도 필요하고, 파트너와 사업도 필요했다. 짧은 시간에 틀을 잡는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나비문화학교’를 만들었다. 지역의 오프라인 플랫폼 기능이 필요한 이유에서다. 여러 단위의 네트워킹과 공유는 새로운 지역활동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방학엔 장애, 비장애, 연령도 상관없이 형식도 자유로운 ‘나비미술학교’가 진행 중이다.

장애학생들의 여가문화를 위한 ‘달팽이 놀이학교’도 시작된다. 카페창업이 꿈인 장애청년도 배우러 찾아온다. 격월간지 《민들레》 춘천독자모임도 같은 관심사를 매개로 만들어진 학습모임이다. 그 속에서 파트너도 생겼다. 카페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사람들은 음료와 상품을 구매한다. 사람들이 모일수록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수익은 기업의 일자리와 장애아동청소년 성장에 필요한 사업들로 만들어져 또 다른 경제활동으로 재생산된다. 지역활동과 기업활동, 사회문제 해결을 선순환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주식회사 나비’의 존재이유다. 올해는 발달장애학부모들의 ‘채비학교’가 진행될 예정인데 참여형 학습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실험이 될 것이다.

‘사회혁신’을 이야기 할 때, 보통은 아주 특별하거나 급진적인 생각들을 떠올리곤 한다. 물론 발상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같지는 않다. 문제의 본질과 변화의 소요시간, 지속가능하게 뿌리를 내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꽤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는 사전작업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사업 아이템으로만 승부를 보는 기존 사업들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또한 복잡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는 사회관계망과의 밀착성을 뜻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금씩 시간을 더해갈수록 오히려 기본명제는 단순해지는 듯하다. ‘뜻이 만나면 길을 만든다’고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만남’으로 성장한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딛는 ‘나비’는 사람들의 ‘꿈’에 사업을 맞춰가려 한다. 이상적인 놀음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위 말아먹기 십상일 수도 있다. 그래도 궁금하다. ‘나비는 날 수 있을까?’ 어차피 사회적경제는 삶과 동행하는 평생의 공부다.

 

김윤정 (공유가치창출 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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