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 Healing] 신경안정제 백색소음
[Music & Healing] 신경안정제 백색소음
  • 춘천사람들
  • 승인 2018.02.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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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도 못하는 갓난쟁이였을 때, 요 녀석이 커서 종알종알 떠들고 앉아있으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아들의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상상을 하는 나 자신을 본다. 배운 것은 있어서 최대한 아이와 눈을 맞추어 이야기를 듣고 적절히 반응도 해주지만, 이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는 내 정신을 데려와야 한다. 요즘처럼 방학이 되면 더욱 고역이다. 눈을 떠서 잠이 들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이톤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소음으로 다가오기 일쑤다. 선생님들이 미치기 전에 방학을 하고 엄마들이 미치기 전에 개학을 한다고 했던가. 아직 미치지는 않은 것을 보니 개학이 좀 더 남은 모양이다. 엄마들끼리 만나 하는 이런 이야기는 참으로 ‘웃프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조용한 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요즘, ‘개학만 해봐라. 고요함을 온몸으로 즐겨 주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소음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가? 그곳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누릴 수 있으리라 예상하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의 실험실에 있는 ‘무향실(anechoic chamber: 외부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 음향측정용 방)’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나 45분을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벽, 바닥, 그리고 천장 등에서 반사되는 음향이 거의 0에 가깝도록 설계된 이 방은 기네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방’으로 등재돼 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무향실을 접한 사람들은 “난 항상 소음공해에 시달리는데 소음이 없는 것이 불편을 야기할 줄 몰랐다”거나, “일주일은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소음이 차단된 방에서는 귀의 청력도 그 환경에 적응해 조용해질수록 귀를 더욱 기울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심장박동 소리나 인체 내부의 장기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된다. 소음이 없는 곳에서는 ‘나 자신의 소음’만 남는 것이다. 이 무향실에 오래 있게 되면 점차 감각의 혼란이 생기고 어지럽다가 곧 주저앉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런 무향실과 같은 곳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가끔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될 때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보았다면 뭔가 도움이 되는 소음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백색소음이라는 것이다.

백색소음은 백색광에서 유래된 것으로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합하면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다. 흔히 백색소음은 비오는 소리, 파도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를 일컫지만 TV의 빈 채널 소리, 청소기 소리와 같은 인공적인 백색소음도 있다. 백색소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음도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으며, 실제 집중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알파파를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백색소음. 이미 실생활에서 업무의 효율을 높이거나 숙면을 취할 때, 그리고 학습효과를 높일 때도 이용되고 있으니 내 몸과 마음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한다면 유용할 것이다.

아이의 정서가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아주 작은 볼륨의 다양한 음악을 틀어놓지만 오늘은 인공적이나마 빗소리를 검색해 볼륨을 살짝 높였다. “엄마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건 왜 틀어놨어?” 또다시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만다. 하지만 이내 잠시 엄마를 놓아두고 자기만의 그림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아들을 보니 그저 흡족하다. “그 입 좀 다물어봐라”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내 마음은 미래에 있다. 저 녀석의 목소리가 굵어지고 사춘기가 되어 방문을 닫는 날, 오늘이 얼마나 그리울꼬.

이진화 (음악심리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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