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의 한파에 동네마다 수도꼭지가 얼고 계량기가 터진다. 겨울이다. 춘천 인근의 사람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뜨악하거나 좀 그런 편이다. 나만의 생각인가? 그러면 다행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은 인근에서 벌어지는 행사가 아닐 뿐더러 이 행사 후 지역에 미치는 적자 후폭풍 소식 등 때문일 것이다. 흥행문제와 사후 활용문제. 이것은 올림픽의 주체인 IOC가 가장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은 무엇이든지 양지와 음지를 함께 갖고 온다.

여기에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있다. 만약에 동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뭐 별 탈 없이 살고 있겠지. 하지만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전철이거나 서울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아직도 계획 중에 있을 것이다. 고작 그런 교통 SOC를 말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실 그 고작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 고작이라는 것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강원도에 새로 놓인 철도가 하나도 없었다면 이해가 좀 쉬울까. 가끔 남도 쪽을 가다보면 어디든 잘 놓인 길들을 보며 놀랐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강원도의 정치력, 혹은 힘이었다. 걸어간다면 모를까 차를 운전한다면 아무래도 길이 편한 것이 좋으니까 드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 사실 하나만이라도 올림픽의 분명한 기여라고 본다.

여기에다 이 모든 걱정을 상쇄하는 것이 북한과 교류를 재개하는 올림픽이라는 점이다. 구한말보다 어지러운 국제정세에 분단의 고착화는 섬나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생산 없는 이념갈등을 양산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등 문명의 대전환기에 이런 20세기의 완강한 유물에 저당 잡힌 우리의 운명은 진실로 앞으로 몇 년을 어찌 풀어가는가에 달려 있다. 하다못해 부부싸움을 해도 화해의 명분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동계올림픽은 양측에게 명분이자 교류의 발판이 돼 주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 이를 두고 ‘평양 올림픽’ 운운 하는 일은 평화를 두려워하고 갈등에 기생해 온 그간의 오랜 습관으로나 치부해두면 될 일이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두고 강원도 파산설도 있는가 하면, 몇 년 전에는 강원도민을 두고 이른바 ‘세금먹튀’라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 우려는 지금 다 사라져 버렸다. 이제 강원도와 대한민국은 평화라는 올림픽정신에 가장 부합한 지역이자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인 시설의 사후활용 문제는 정부와 강원도, 지자체가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고 줄다리기 대책을 세우고 있다. 너무 위축되지 말자. 기왕 할 거면 멋지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보다 친절하고 명랑한 올림픽으로 만들어 갈 때다. 그렇게 성공한 올림픽으로 치르게 되면 이 성과는 강원도와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곧 입춘이다.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움직일 때다. 움직여야 떡이 생긴다. 하여 동계(冬季) 올림픽은 동계(動界) 올림픽이다.
 

최삼경 (강원도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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