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에 교육부는 15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가 교장에 공모할 수는 있지만 제한을 두었던 공모비율 15%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장 공모제’ 개선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2007년부터 운영돼 온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있는 자가 공모할 수 있는 초빙형, 15년 이상의 교사경력이 있는 평교사가 공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사가 아니라도 해당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3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공모할 수 있는 개방형이 있다. 교장 공모제가 도입된 목적은 교장 승진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학교와 지역의 발전을 촉진할 유능한 교장을 임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부분 초빙형 교장이 채워 애초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물을 일이다. 아울러 초빙형 교장 공모제는 교장의 임기 연장을 정당화 하는 장치가 되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 제도가 도입돼 학교 현장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내부형 교장을 임용한 학교에서 높았을 뿐이다.

학교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 문화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이 교장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과연 우리 학교의 교장이 모든 아이들의 성장에 관심이 있으며, 교사의 고충을 들어주고, 협력의 교사 공동체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혹은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교사들은 나름의 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대답하지 못하다면 우리에겐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교장이 되려면 ▲연구시범학교 근무경력 11년 ▲1년에 0.1점씩 학교폭력 예방을 잘했다는 증빙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승진 가산점 10년 치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점수 1.5점을 포함한 각종 연구점수 3점 ▲전국 연구대회 1등급 점수 2점을 포함한 연구점수 ▲100점에 가까운 1급 정교사 자격증 취득점수 ▲농어촌·벽지 근무 점수 ▲교사경력 20년에 부장교사 점수 ▲각종 연구대회 1등급의 점수 ▲학교장이 주는 근무평정 점수 3년 치 ▲각종 자격증 시험 점수(워드 자격증·한국사 3급) ▲60시간 이상의 연수 3개 점수 등을 쌓아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왜 점수가 필요한지 반문하는 것은 나중에 하더라도 온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가능한 일인지 먼저 물어야겠다. 이 승진구조에 들어가기로 맘을 먹었다면 교육활동은 없고 실적을 바탕으로 한 점수만을 챙겨야 한다. 아이들은 그 점수를 딸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학교장은 내게 협력자, 조력자, 촉진자가 아닌 승진을 위해 그저 충성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의 교장들이 하나같이 권위적이고 비교육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또 대다수의 교사가 점수경쟁에 몰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들 중 훌륭한 교장이 왜 없겠는가? 문제는 기존의 승진제도를 가지고는 동료 교육자들에게 존경 받지 못하는 개인이 교장이 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물론 교장이 제왕적일 경우 이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충실하고 동료 교사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교육자’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이 교장직조차도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다시 교사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과거방식대로 ‘교장은 나쁜 승진구조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예 그 구조에 들어가지 않고 그들을 견제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충실한 교사가 되겠다’는 사고도 넘어서야 한다. 교장이 출장 가고 없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라 훌륭한 교장이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인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교장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능력 있는 교사가 교장이 돼서 협력의 학교 문화를 정착시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이 협력적 공동체와 만나야 무엇이 돼도 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내부형 공모교장 확대가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장의 권력은 자격증에 있지 않다. 다만 민주적인 학교, 교육이 중심이 되는 학교, 공공적인 전문성이 발휘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구성원들이 위임한 것이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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