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전형적인 주제 ‘가족애’ 다룬 [코코]

 

최근 디즈니의 행보는 ‘광폭’이란 단어가 가장 적절한 듯 보인다. 2009년 ‘마블 코믹스’ 인수 이후 2012년엔 ‘루카스 필름’, 그리고 지난해 연말 ‘21세기 폭스’까지. 조금 과장을 해서 할리우드 개봉영화 3편 중 한 편은 디즈니의 판권인 셈이다.

그런 디즈니가 올 초 자신의 주 종목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즈니 산하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최근 평단과 관객 양쪽의 만족을 충족시킨 후 흥행 중인 <코코>다.

코코는 멕시코의 전통명절인 ‘죽은 자의 날’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죽은 자의 날’에는 우리의 제사와 유사한 행사를 치른다.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각종 음식을 올려놓으면 망자가 돌아와 음식을 먹고 간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망자의 날’이다. 주인공 미구엘은 멕시코 산타 세실리아에서 구두제조업을 가업으로 하는 리베라 집안의 장손이다. 리베라 집안은 미구엘의 고조부가 음악으로 성공하기 위해 고조모인 이델다와 딸인 코코를 두고 떠난 뒤, 구두제조를 통해 집안을 부흥시켰기 때문에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은 금기시한다. 하지만 가업을 이어야 할 미구엘은 몰래 기타를 연주하며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라는 과거의 대 가수를 동경하는, 음악가의 영혼으로 가득 찬 소년이다.

망자의 날, 우연히 미구엘은 집안에서 언급조차 금기시된 고조부가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날 밤에 열리는 망자의 날 기념 음악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미구엘의 이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급기야 할머니 엘레나는 미구엘의 기타를 부숴버린다. 상처받은 미구엘은 가족 따위는 필요 없다고 쏘아붙이고 고조부처럼 가족들을 떠난다. 그러던 미구엘은 모종의 사건으로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미구엘은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시에 고조부에게 음악가의 자질을 인정받기 위해 고조부를 찾아 나선다.

기존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자회사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분명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토이스토리’ 3부작, ‘몬스터 주식회사’, ‘월-E’, ‘인사이드 아웃’ 등의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픽사의 작품은 개성 강한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즈니의 가족애, 권선징악, 사랑 등의 보수적 색채가 드러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작품 <코코>는 디즈니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픽사의 로고 대신 디즈니의 로고가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코코>는 가족애라는 주제가 매우 강하게 부각된다. 미구엘은 가치추구를 위해 자신의 공동체를 떠나지만 결국 이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다시 공동체로 회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위기를 맞지만 결국 가족애로 극복한다. 과거 디즈니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토리 구조다.

또한 <코코>는 디즈니의 강점인 뮤지컬 구조를 취한다.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디즈니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픽사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한 팬들에겐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점을 감안해도 <코코>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비교적 탄탄한 스토리 구조와 반전은 영화의 완성도를 더한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가족애라는 보수적인 개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히스패닉 문화권은 혈연 중심의 사회를 이루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풍경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핵가족화가 많이 진행되어 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코코>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은 과거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우리에게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가족애는 우리 사회에서 많이 희석된, 동시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향수로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미구엘, 엘레나가 아니라 증조 할머니의 이름인 ‘코코’인 이유도 영화가 끝난 후 가족애라는 거대한 관념이 관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는 이미 골든 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3월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이 유력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앞으로의 흥행에도 큰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코코>의 흥행을 기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다음 작품에는 픽사 특유의 재기발랄로 무장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강한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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