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문화와 관련해 가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몽골 땅에는 수천만 마리의 가축이 살고 있다. 양, 염소, 소, 말, 낙타가 5대 주요 가축이다.

그 중 낙타가 잿더미만 보면 밟는다는 설화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옛날 부처님이 12간지에 짐승의 이름을 나누어 줄 때 11개는 쉽게 나누어 주었지만 마지막 하나는 누구에게 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낙타와 쥐가 각자 자기 이름을 신청하려고 경쟁했다. 둘 중에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부처님은 둘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겼다.

낙타와 쥐는 아침 햇살을 제일 먼저 보는 동물이 달력의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로 내기를 했다. 낙타는 동쪽을 바라보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쥐는 낙타 등에 올라가 서쪽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아침의 첫 햇살이 비치자 그 빛이 서쪽 산의 꼭대기에 먼저 닿았다. 쥐가 이긴 것이다.

낙타는 내기에서 진 것이 너무 분해서 그 쥐를 밟아 죽이려고 했다. 쥐는 도망가서 잿더미 속에 숨었다. 그때부터 낙타는 잿더미가 있는 자리만 보면 미운 쥐를 밟아버리고 싶어서 발을 구르고 그 위에 드러눕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쥐는 12간지에 첫 이름을 올리고 낙타는 탈락했다. 탈락하기는 했지만 12간지에 들어가기를 너무 간절하게 소망했기 때문에 낙타의 몸에는 열두 동물의 특징이 나타나게 되었다. 쥐의 귀, 소의 위장, 호랑이의 앞발, 토끼의 코, 용의 몸, 뱀의 눈, 말의 갈기, 양의 털, 원숭이의 혹, 닭의 벼슬, 개의 다리, 돼지의 꼬리가 그것이다. 낙타를 탈 때 잘 관찰해 보면 좋겠다.

몽골 낙타는 쌍봉낙타로 아라비아의 외봉 낙타와 다르다. 낙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메르스다. 메르스를 예방하려면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홍보한 적도 있어서 문의해 봤더니 낙타고기는 질겨서 몽골인들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몽골의 오지 타왕복드올은 4천m가 넘는 5개의 봉우리란 뜻이다. 최근 이쪽으로 오지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타왕복드올을 가려면 차강 노르를 경유하는 코스가 가장 좋다. 최근 텔먼 호수에 여행자 캠프가 건립됐다. 어터겡 텡게르올, 하르 노르, 햐르가스 노르를 거쳐 바양울기로 간다. 바양울기에서 타왕복드올을 간다. 국경지역이기 때문에 울란바토르에서 여행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2015년에는 차강 노르에서 항가이 산맥을 넘어 어터겡 텡게르올을 갔다. 이 길로 가면 240km인데 길이 아주 험하고 늪지대에 빠지면 대책이 없다.

어터겡 텡게르올은 정상부에 고깔 모양의 빙하가 있는 특이한 산으로 높이가 4천50m다. 4년마다 몽골 대통령이 산신제를 지내는 아주 신성한 산이다. 고깔 모양의 빙하가 보이는 곳에 거대한 호수가 있고, 산 정상부에도 큰 호수가 8개나 있고 작은 호수는 100개가 있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남자는 왼쪽 산, 여자는 오른쪽 산으로 올라갔다. 여자가 왼쪽 산을 올라가는 것은 금기다. 관목지대를 지나고 너럭바위를 지나 산에 오르자 호수가 보인다.

어터겡 텡게르올에서 하르 노르로 가려면 자브항 아이막의 도청 소재지인 율리야스테를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수많은 돌무지무덤이 있다. 크기도 굉장히 크다. 율리야스테에도 국내선 공항이 있다. 공항을 지나면 협곡 같은 길이 펼쳐진다. 하르 노르는 파란 호수다. 호숫가에 거대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몇 개의 섬도 보인다. 새들의 천국이다. 산악 트레킹도 할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고, 사막을 뛰어다녀도 된다. 모래가 소리를 낸다. ‘붕~ 붕~’ 여기도 홍그링 엘스다. ‘붕~ 붕~’ 사막이 노래를 한다.

짬을 내어 산악 트레킹을 했다. 산에는 잡목, 특히 낙엽송과 비슷한 하르 머트(나무)가 많다. 이곳에는 타르박이 참 많다. 찍찍 소리를 내며 침입자를 경계하라고 사방에 알린다. 한때 타르박은 유럽인들에게 페스트균을 옮기는 주범이라고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칭기즈칸도 한때 유럽인들에게는 학살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1997년 4월 뉴욕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인물 중 첫 번째로 선정된 인물이 칭기즈칸이기도 하다.

 

김경진 (춘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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