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지훈(1920∼1968)의 <산방山房>이다. 화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사에 들었나보다. 거기는 구름에 쌓인 집에 물소리가 스미는 집이다. 심산유곡이다. 아직은 난초 잎도 추위에 떨고 있는 산방이다. 누군가 찾아오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립문도 있다. 아직은 추운 날씨인데 봄의 메신저 꿀벌이 방문의 미닫이를 스쳐갔다니! 시인의 동안거(冬安居)에도 서서히 봄볕이 들어오나 보다. 산방 앞에는 큰 바위가 겨울에도 푸른 이끼를 입고 있다. 한자리에서 꿈쩍 않고 꿋꿋이 한 겨울을 났다. 바로 이 자랑스러운 바위를 닮고 싶었음이리라. 이른 봄에 차갑게 부는 소소리 바람에도 고사리 새순이 난 것을 보니 어느새 봄이 오고 있음이리라. 봄기운에 도르르 말리는 고사리 새순의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조지훈 시인이 오대산 월정사에 칩거했을 때 쓴 시다. 봄이여! 어서 오라.

허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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