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여성민우회 여성주의 독서모임 ‘따솔’

따뜻하고 솔직한 사람들의 모임 ‘따솔’ 이야기를 하려니 문득 지난 5월 회원들과 함께 읽었던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른다. ‘지영이’를 만나기 전 읽었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탄실> 속 그녀와 2017년 지영이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도 더 나아지지도 않은 것 같아 우리들은 분노하고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성차별과 불평등이 현실이기에 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어떻게 내 삶속에서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더 나아가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

지난해 12월 달팽이지역아동센터에서 송년회를 한 ‘따솔’ 회원들. 사진=‘따솔’

올해 첫 모임에서 여성 시선집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에 실린 시들을 읽으며 한 회원의 말이 깊이 와 닿았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50이 넘어서였어요. 그전에는 참고 살았고 누구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어요. 아마 안 들렸을 거예요. 내 몸이 아프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니 그제야 목소리를 내게 되네요.”

‘따솔’ 모임에 세 번째 참여한 그녀는 ‘귀만 가지고 오셔도 됩니다’라는 공지에 용기를 내어 오셨다가 첫 참석 후 바로 민우회에 가입을 했다.

‘따솔’이 함께 읽은 책들은 제목부터가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월경의 정치학》,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등등. 2014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차가 된다. 회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책 한 권을 두고 진지하게, 때로는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면서 나누는 시간들이 즐겁다. 좋은 책들이고 한 번은 읽어 볼 만한 책들이지만 혼자 읽으면 잘 읽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니까.

“모임에 나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어요. 내가 너무 고정관념에 갇혀 산 것 같은 생각도 많이 들었고….”
“30년 동안 내 안에 꽉 막혀 있었던 것들이 책을 읽고 서로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와 주변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고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자, 엄마, 며느리, 딸이라는 획일적 시선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들여다보는 여자의 삶은 힘들고 때론 낯설기까지 하다. 그래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점점 불편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책 한권의 나눔이 끝나갈 무렵 공감해간다. 책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속에 담긴 나의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날은 대여섯, 어느 날은 열 명 남짓. ‘따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것’을 존중할 줄 아는 것. ‘다른 삶’을 존중하면 나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쭉~ 함께 할 수 있기를….^^

문의=춘천여성민우회(033-255-5557)

 

 

 

정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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