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평3동 보보헤어(Beau Beau HAIR)

나는 오랫동안 바꾸지 않는 두 가지 습관이 있다. 헤어스타일과 머리카락 자르는 날짜. 매월 10일, 같은 미용실에서 “평소 자르던 대로 해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면 족하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아 그 어떤 인터뷰도 거부하던 ‘보보헤어’ 김계숙 사장. 이번에는 어떤 스토리일까 궁금하다며 뒷모습을 살짝 공개하는 데 동의해 주었다. 

인연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2011년 7월 10일 즈음, 휴가 복귀 전날이었다. 복귀하기 전에 보고전화를 했더니 “병장이라고 머리카락을 안 자르고 오면 네 머리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엄포를 들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평소 다니던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머리를 지키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으나 새로운 곳을 선택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군인 머리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군인들 눈에는 같은 ‘반삭’도 다르게 보이고 군복 상의 다림질 줄까지 구분됐으니 말이다.

그러다 그냥 세 번째로 보이는 미용실에서 자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보보헤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에도 단지 아버지 월급날이 10일이었기에 계속 10일에 방문하게 됐다.

2012년 8월 10일. 이 날도 다른 지역에서 일하다 이발을 하기 위해 날짜에 맞춰 집에 오던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아버지가 갑자기 입원을 하고 4일 뒤 큰 수술을 받았다. 당시 나는 한철 장사인 래프팅 강사 일을 하고 있었기에 ‘10일=미용실’이라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바로 춘천에 올라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인생의 가장 큰 시련과 마주한 아버지와 4일간 대화할 수 있었다. 이 대화를 계기로 철이 들면서 멀어졌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도 분기에 한 번 이상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닐 정도로 관계가 회복됐다.

‘보보헤어’와의 7년 인연의 이면에는 이런 사연도 있는 것이다. ‘보보헤어’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곳에서 이발을 했다. 복학 직전에 가졌던 내 초심도, 대학원 면접 보러 가기 하루 전 결심도, 박사과정을 선택할 때의 다짐도 ‘보보헤어’의 기억과 함께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단골집은 있겠지만 아마 나보다 특별하진 않을 것 같다. 지난 13일에도 난 여전히 ‘보보헤어’에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보보헤어
강원 춘천시 보안길 52
☎241-5558

이푸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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