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앞 도로확장 위한 주변 연립주택 매입협의 진행 안 돼
뒤늦게 도로개설 고지하고 주민설명회…주민들, “강제집행 의도 아닌지”

6월 말 입주를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후평2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일성트루엘)이 암초를 만났다.

후평동 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인 일성트루엘의 완공을 앞두고 단지 앞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확장부지에 포함된 36세대의 그린맨션 입주민들과 보상협의가 이루어지지지 않아 도로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단지 앞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착공 후 2년이 지나도록 주변 연립주택 주민들과 아무런 협의를 진행하지 않다가 준공이 임박해서야 매입협의에 나서면서 매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춘천시는 당초 인허가를 내주면서 주변 교통영향을 감안해 단지 앞 2차선 도로인 중로1류64호선(강원대병원~국토정보공사 사거리) 구간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을 붙였다. 도로확장은 시가 재건축조합에서 소요비용을 납부 받아 건설한다. 토지 다툼이 없는 단지 앞 도로확장은 상당히 진척됐지만 국토정보공사 앞쪽의 그린맨션 36세대에 대한 보상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시는 고시2018-2호(2018년1월5일)를 통해 춘천시 도시계획시설(중로1류64호선)사업 실시계획 인가고시를 내고 실시계획 인가일로부터 5일 후인 지난 1월 11일부터 공사에 착수해 연말 준공예정이라고 고시했다. 오는 6월에 입주할 때까지 주변도로 확장이 안 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도로확장 부지에 편입되는 인접 그린맨션에 대해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 개설을 고시했다는 점이다. 그린맨션 부지 5천182㎡ 중 도로에 편입된 면적은 2천37㎡지만 편입된 부지에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연립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나머지 면적도 매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부지매입 협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뒤늦은 주민설명회강력한 주민 반발만 불러

부지매입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 확장공사가 개시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시가 지난 23일 후평2동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설명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시가 주민의견을 달라고 해서 의견을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도로확장을 추진했다고 반발하면서 주민들이 보낸 의견서를 보지도 않고 무슨 주민설명회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시 도로과 관계자는 “관계부서가 달라서 도로과에 의견서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의견서를 보고 주민의견을 수용해 공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은 “협의가 아닌 강제집행은 용납할 수 없다. 시가 협의가 안 되면 감정평가를 통해 강제집행에 나설 계획을 세우는 것 아니냐? 시가 공공의 이익만 내세울 게 아니라 주민들의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늦어도 3월 말에 감정평가를 진행할 것이지만 그 전에 주공2단지 주택재건축조합측과 주민들이 만나서 협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겠다”며 “무조건 강제집행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물러섰다.

연립주택 주민 이범재 씨는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도록 2년여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상협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도로확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감정평가를 통해 강제집행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착공 때부터 주민들은 토지지분에 해당하는 25평 아파트 입주를 요구했는데, 시가 보상비 55억원과 도로확장 공사비 10억원등 65억원만 주택조합측으로부터 받아 보상비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도로과 관계자는 납부된 금액이 전부는 아니라며 감정평가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하면 주택조합측으로부터 추가 납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민설명회를 참관한 춘천시의회 황찬중 의원은 “아파트 건설공사와 병행해 보상협의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시가 이 부분을 간과해 주택조합측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아파트가 완공돼도 도로확장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아파트 준공에 차질이 생겨 조건부 사용허가를 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 연립주택 주민들과의 보상협의가 난항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변도로 확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부채납을 통해 확장하는 도로의 시행처가 춘천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행정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공사에 들어간 일성트루웰은 1천123가구를 건설하는 재건축사업으로 건축에 소요되는 공사비만 1천770억원 규모다. 조합원 분양이 600가구이고, 일반 분양이 523가구다. 2007년 재건축사업이 인가돼 8년만인 2015년에 공사에 착수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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