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동 이안아파트, 함께 어울리는 대보름행사 개최
아파트 내 갈등요인인 반려견 관련 이벤트도 열어

꽃나무들이 꽃물을 흠뻑 빨아올릴 수 있도록 바람이 세차게 가지를 흔들던 지난 1일, 퇴계동이안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이 왁자지껄하다. 때마침 불어오는 봄바람에 입주민들의 손에 들린 얼레가 정신없이 풀리고 감기기를 반복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방패연과 매연이 아파트 하늘을 수놓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이안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대표 이효진)와 관리사무소(소장 강석우) 직원들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통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1일 퇴계동 이안아파트에서 열린 ‘대보름행사’. 관리사무소 2층에 마련된 체험장에서 주민들이 연을 만들고

관리사무소 입구에는 커다란 솥에 소머리국밥을 끓이고 어르신들을 1층 경로당에 모셨다.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은 이 아파트 동대표와 통·반장들이다. 구수한 국밥과 잘 익은 깍두기, 거기에 달달하고 시원한 막걸리가 곁들여지니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노인회장이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한 젊은 사람들의 손을 쓰다듬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2층에 마련된 체험장에는 동네 꼬마들이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고사리 손으로 연을 만들고 윷을 던졌다. 아파트 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보물섬이 됐다. 책갈피 사이 숨겨진 보물을 찾는 아이들의 분주한 발길에 조용했던 도서관도 생기가 돌았다. 사무실 한 쪽에는 패션쇼를 기다리는 애완견들이 오고가는 주민들에게 애교를 부린다.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한 강석우 관리소장은 “요즘 아파트 공동체 안에서도 많은 갈등들이 있다. 한 공간을 사용하면서도 얼굴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것이 층간 소음이나 다른 갈등으로 번지는 요인이 된다. 기대했던 만큼 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작은 시도들이 이어지면 공동체로서의 아파트문화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안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이효진 회장은 “요즘 반려견이 보편화되면서 애완견으로 인한 층간 소음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또 강아지 산책 시 처리되지 않는 배설물 문제도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 안 된다고 금지하는 것보다 이렇게 강아지들도 함께 행사에 참여해 얼굴을 익히면 견주들의 행동에도 자연스러운 변화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애완견 베스트 드레서 이벤트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도시 속의 섬 아파트. 함께 공유하는 공간인 만큼 공동체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조직구성과 참여에 있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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