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3살. 춘천과 화천의 농민 세 가구와 춘천 소비자 네 가구가 직거래를 시작한 것이 1995년이었다. 춘천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춘천두레생협)의 전신인 ‘방주공동체’가 출범한 것이 올해로 23년이 된 것이다.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이젠 제법 익숙해진 듯도 하지만, 늘어난 협동조합 수에 비추어 협동조합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춘천두레생협 제18차 정기 대의원총회에서는 지난해의 운영결과를 대의원들과 나누며 새해의 사업방향을 확인했다. 오랜 시간을 지역과 함께 하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이어가며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것은 참 녹록치 않은 일이다. 공동체가 되어가기 위한 조합원 활동, 생산자 교류, 지역연대 등의 사업이 말처럼 쉽지도 않거니와 생협이 유지되기 위한 사업의 경제적 성과도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난이도 높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 자리에 4명의 청년농부들이 함께했다. 사회적기업이기도 한 화천 ‘두레38이북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들이었다. 20대와 30대의 농부들이 멋지게 중창공연을 선사했다. 우리 농업과 생명에 대한 가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던 대의원들에게 고스란히 메시지로 전해졌다. 그 청년농부들은 “우리는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하며 농사를 짓습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더 안전하게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며 땀을 흘릴 것이라는 각오도 전했다.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운 청년농부들이 함께 하고 있음이 감사했다.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교사들, 혹은 학부모들과 만나면서 늘 함께 고민하는 것이 있다.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하는 질문이다. 아이들과는 어떤 세상이었으면 좋겠는지, 교사들과는 어떤 인재를 키워낼 것인지, 그리고 학부모들과는 어떤 아이들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하는 것이 공통적인 맥락인 듯싶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 바라는 이상들이 있고, 그 이상과 현실과의 간극 속에서 살고 있다. 그 간극을 조금 더 줄여가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도전자라 하고, 그 간극을 수용하며 몸을 맞춰가는 사람들은 현실주의자라 하는 것이 아닐까?

살면서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처럼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문제들 덕분에 우린 도전의 기회도 갖는다.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타인의 문제, 나아가 사회의 다수가 겪는 문제에 주목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은 개인과 사회의 성숙한 자산이 되어간다. 또한 뛰어난 개인의 성과보다 다수의 협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확인해가면서 ‘어떤 협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해져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개인적인 일상에서도 안전한 생활재와 이웃만나기를 위해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이 되고,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보고 듣기 위해 언론협동조합 조합원이 된다. 내가 바라는 방향의 교육활동은 같은 뜻을 가진 교육협동조합과 만들어간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적경제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묻지마 종잣돈’도 월 1만원씩 내는 개인들의 협동이 힘을 만들어내는 사례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인 것이 참 많다. ‘함께’ 모여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도 살맛나는 일 중 하나이니 말이다.

청년농부들이 자신의 ‘업’의 본질을 ‘환경운동가’라 여기며,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춘천두레생협의 조합원들이 앞으로도 든든한 협동을 해나갈 것이다. 또한 생활협동조합의 ‘협동’이 단순한 소비자들의 기호나 편의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모두의 협동임을 공감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 궁금하다면 오늘부터라도 ‘협동’에 주목하자. <끝>

김윤정 (공유가치창출 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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